# 선보는 아카시
동성애, 동성결혼의 편견이 없는 세계관으로 au.
아카시는 결혼정보회사의 점수표로만 따지면 100점만점에서 100점인 신랑감이었음. 아카시도 그 점은 인정함. 그래서인지 처음엔 많은 여자들이 부담스럽다면서 참. 아카시는 그때까지만해도 자기가 문제 있다고 생각하지 않았음. 근데 그렇게 차이는게 두자릿수로 들어서자 아카시는 의아해짐. 그리고 그쯤 타이밍 좋게 한 여자가 당신은 너무 인간답지 않다고 꼬집음. 당신이랑 살면 힘들것 같아요 숨기는게 너무 많아요 라고 말하며 아카시를 참.
아카시는 그래서 그때부터 변화를 추구함. 누군가에게 지적을 당해서는 안되니까. 그래서 가려왔던 성격까지 다 드러냄. 그 후에 돌아오는 말은 성격이 개떡같아서 못해먹겠어요. 그도 그럴게 아카시가 여자들에게 지적질이 쩔어줬음. 당신은 저랑 맞지 않네요를 참 기분나쁘게 잘 말함. 그래서 여자들이 나가떨어짐. 아카시는 대체 무엇이 문제인가 싶음. 그래도 일단 결혼적령기는 채운지 이미 오래고 결혼에 대한 집안의 압박도 적지않아서 계속 선을 봄. 그리고 차임. 아카시는 이제 기계적으로 선을 봄. 만난다-차인다. 이 관계의 반복. 하도 많이 보다보니 이제 아카시와 동등한 레벨의 여자는 없고 그 아래의 여자도 없고해서 결국 남자로까지 넘어감. 아카시가 별다른 성적취향이 없다고 체크했기 때문임.
그렇게 남자와 선을 보는데 남자는 또 완벽한 아카시를 꺼림. 아카시는 이제 짜증남. 두사람 다 온전한 상태에서 뭔가를 맞춰갈 수는 없는걸까. 항상 선보는 사람들은 아카시가 바뀌길 원했음. 그렇게 생각할쯤이 아카시가 선을 보고 차인게 거의 세자리 수를 바라보고 있을 때임. 아카시는 이제 자신보다 두단계나 낮은 등급의 남자와 선을 보고있었음. 아카시는 여느때처럼 차이겠지 싶어서 심드렁하게 식사하고 대화 나누는데 헤어질 쯤 상대 남자가 아카시에게 쪽지를 건넴. 저 계속 연락해도 되나요? 아카시는 그제서야 남자의 얼굴을 똑바로 봄. 평범하고 조금 어린 느낌의 얼굴에 특징이 나름 있다면 삼백안과 사백안의 애매한 경계의 눈동자. 아카시는 내밀어진 쪽지의 번호를 한번 남자의 얼굴을 한번 보고 난감한 표정을 지음. 이름이... 남자가 그 말에 웃더니 후리하타 코우키라고 말함. 아카시는 쪽지를 자켓 안주머니에 조심스럽게 넣으며 마주보고 웃음. 잘부탁드립니다 후리하타씨. 그렇게 돌아온 아카시는 매우매우 좋은 느낌이 드는 후리가 마음에 듦. 그래서 이젠 제발 결혼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후리의 번호를 떠올림.
그러고 며칠후 아카시는 연락을 함. 문자 보낸지 얼마안되서 바로 답장오니까 아카시는 나이도 들어먹은 주제에 처음 연애하는 것마냥 설렘. 그러면서 문자 주고 받는데 덕분에 아카시는 후리의 직업을 알 수 있었음. 만화출판사의 편집자. 아카시는 확실히 낮은 등급의 남자구나 싶음. 후리는 오늘 만난 만화가에 대해서 이야기함. 남자인데 순정만화 편집부에서 일한다는게 아카시는 흥미로우면서도 후리에 대한 연애적 환상이 생김. 후리는 소녀소녀하겠지. 그렇게 둘은 계속 연락하고 가끔 만나면서 친해짐. 아카시는 점수 따고싶어서 만날때마다 할리킹 소설이나 순정만화의 남자주인공처럼 후리를 대함. 그 때마다 후리는 볼을 붉히면서 고맙다고 수줍게 인사함. 아카시는 정말 결혼 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함. 하지만 보다싶이 혼자만의 썸임.
아카시가 한참 후리에 대한 애정을 쌓아가다가 그게 적절하다고 생각되었을 때 덜컥 불러내서 정말 로맨틱하게 고백함. 아카시는 무슨 프로포즈 하는 것 마냥 고백함. 후리는 처음엔 좀 당황하는가 싶더니 웃으면서 아카시의 고백을 받아들임. 아카시는 후리도 날 좋아했구나! 해서 완전 좋아함. 그러고 둘이 연애하는데 아카시는 후리한테 잘해주려고 완전 노력함. 근데 사귀면 사귈수록 아카시는 후리에게서 위화감을 느낌. 아카시에게 다정하고 친절한데 꼭 벽 하나가 있는 기분. 언제나 아카시가 한발자국 다가가면 한발자국 뒤로 물러서는 기분. 아카시는 아니겠지 아니겠지 했는데 1주년 때 넌지시 결혼 얘기를 꺼냄. 그리고 그 때 무척 당황하며 어쩔줄 몰라하며 대답을 피하는 후리를 보며 아카시는 뭔가 잘못됐다는 걸 느낌. 일단 그날은 넘어갔는데 아카시는 며칠을 고민하고 고민함.
그러면서 주변에 상담하는데 '후리가 아카시를 이용해먹으려고 그러는 걸지도 모른다'라는 말을 들은 아카시가 눈돌아서 후리를 불러냄. 그리고 처음엔 침착하게 후리에게 자기한테 실망한 게 있으면 말해달라고 함. 후리는 없다고 함. 아카시는 그럼 문제가 있으면 말하라고 함. 역시나 없다함. 아카시는 마지막으로 침착하게 질문함. 혹시 자길 좋아하지 않냐고. 후리는 아니라고 함. 아카시는 터짐. 그럼 왜 그렇게 거리를 두냐고 으르렁거리면서 말함. 후리는 그런 아카시 보고 놀라서 덜덜 떪. 아카시는 아무말도 안하는 후리때문에 격해져서 후리 꽉 잡고 자기 이용한거 아니냐고 한번이라도 자길 좋아해본 적 있냐고 뭐라함. 후리는 그 말듣고 잔뜩 상처받은 표정 짓더니 울면서 그렇게 생각한다면 할 말이 없다고 휙 가버림. 아카시는 이게 아닌데싶음. 그래서 후리를 붙잡으려 하지만 안 보임. 후리한테 연락하지만 다 씹힘.
그렇게 한달이 넘도록 후리를 만나지도 못하고 후리랑 연락도 못함. 아카시는 자기가 너무했나 아니면 찔려서 이러나 전전긍긍하는데 어느날 후리가 아카시한테 연락함. 만나자고. 아카시는 부리나케 나감. 그래서 자기가 너무했다고 사과하려는데 후리가 아카시한테 먼저 사과함. 거짓말해서 미안하다고. 아카시는 피가 식는 기분. 진짜 나 이용해먹은건가? 아카시가 멍하게 있는데 후리가 머뭇거리더니 자기가 결혼정보 기입할 때 속인 게 있다고 말함. 아카시는 읭?해서 후리를 봄. 후리가 아카시 보지도 못하고 손톱끝만 뜯으면서 말함. 이혼경험이 한번 있다고. 애도 한명 있다고. 아카시는 멍함. 응? 돌싱남이었어??
후리는 자초지종 자기 얘기를 함. 분명 이성애자라고 생각해서 여자랑 선봐서 결혼했는데 결혼하고 나서야 자기가 동성애자인거 깨닫고 초조해져서 애가 생기면 될거야! 해서 무턱대고 애를 만들었는데 생겨도 아닐건 아니라 아내는 남편이 자신한테 관심없는 거 눈치채고 외도하다 들켜서 결국 이혼. 애는 자기가 맡게 된 얘기까지 하고 후리는 아카시의 눈치를 봄. 아카시는 한참을 가만히 있다가 겨우 입을 뗌. 그러니까 결정적으로 거리를 둔 이유가 이혼 때문이야? 후리는 고개 끄덕이다가 애 딸린 거 때문도 있다고 그럼. 아카시는 그 말 듣고 좀 더 고민하다가 물음. 그럼 난 어때? 후리는 그 말에 귀까지 붉어져서는 엄청 좋아....... 이러고 답함. 아카시는 터짐. 그럼 됐어! 결혼하자!! 후리는 멍. 그치만 애가... 사랑에 그딴거 필요없어!! 지나친 순정만화와 할리킹 소설은 사람을 망가뜨립니다.
암튼 아카시의 급한 고백에 후리는 일단 뒤로 물러남. 아이를 한번도 소개시켜주지 않았으니까. 그래서 다시 연애하면서 후리 애랑도 만나고 그러는데 후리 애가 누구냐면 키세. 엄마가 엄청난 미인이었다고 합니다. 어떻게 결혼했는가는 노코멘트. 키세는 처음에 아카시 싫어함. 우리 아빠 뺏어가는스 빼애애애애앵. 이런 과정. 아카시는 그런 키세에게 물질 공세를 퍼붓고 헤픈 키세는 훌렁 넘어감. 그리고 후리가 담당한 만화가는 카사마츠. 후리가 바쁘다보니 카사마츠가 키세 돌봐주는 일이 많았다는 건 안비밀. 참고로 키세는 가정환경 때문에 애어른인데 후리나 카삼 앞에서는 나이에 안 맞는 어리광을 엄청 부림. 위에서 말한 빼애애애애앵하는게 키세 5-7살쯤의 얘기가 아님. 몇살이냐고? 10살 정도임. 암튼 키세는 훌렁 넘어가고 아카시랑 후리랑 알콩달콩 연애하다가 키세가 후리랑 아카시 있는데서 둘이 언제 결혼하냐고 물어서 결국 둘은 결혼하고 행복하게 살았다고 한다.
# 무제
도경수는 유독 피부가 까만 남자를 바라보았다. 시선의 별다른 이유나 감상은 없었다. 그저 눈이 갔고 감상이라면 좋다고 실실 웃네 이정도뿐이었다. "좋냐?" 당혹스러운 눈빛이 잡힌다. 뜬금없이 툴툴댄 거 나도 알아 병신아. 민망함이 발끝부터 쭈욱 타고 머리끝까지 올라온다. 도경수는 도망가기 위해 몸을 일으켰다. 어디가. 물음은 무시했다. 귀끝이 뜨거운 것 같아 지분거리고 냉장고 문을 열어 차가운 물을 꺼냈다. 짜증나네. 혀를 차며 물을 벌컥 마신다.
김종인은 아까부터 시야 그트머리가 신경쓰였다. 잔뜩 가라앉은 표정으로 자신을 보고있는 남자는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옆사람의 말이 들리지않아 잘 듣는 척 억지로 더 입술을 말고 눈꼬리를 접었다. 좋냐? 김종인은 눈을 크게 떴다. 날카로운 질문보다는 일단은 나온 목소리가 더 놀라웠다. 남자는 뭔가 마음에 안 드는 듯 입술을 꾹 물더니 도망치듯 자리를 벗어난다. "어디가?" 김종인의 물음은 허공으로 흩어진다. 결국 몸을 일으킨다. 부엌 한 구석에서 물을 마시는 남자를 보며 김종인은 조심스럽게 다가갔다. 당장 팔을 뻗을까 고민하다 귀끝을 손끝으로 어루만졌다. 이유는 없었다. 뜨거워보여서? 잘 모르겠다. 김종인의 손길에 남자가 눈에 띄게 어깨를 바르르 떤다. 놀랐잖아 미친놈아. 김종인이 푸스스 웃는다. "좋아." 형이. 뒷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남자의 귀끝은 더욱 더 뜨거워진다. 꺼져. 김종인이 더 크게 미소짓는다.
# 기숙사
후리하타는 잘사는 집 아들이었다. 아카시는 무척 잘사는 집 아들이었다. 후리하타는 오형제 중 막내였고 아카시는 외동이었다. 둘은 명문사립학교의 기숙사에서 만났다. 후리하타는 낯을 가렸고 아카시는 무관심했다.
1학년이었기에 방은 임의로 배정되었다. 몇몇 아이들은 안면이 있는 저들끼리 방을 쓰거나 혼자서 2인실을 쓰기도 했지만 낯을 가리는 후리하타와 무관심한 아카시는 그런일은 없었다. 후리하타는 처음 기숙사를 쓰던 날 2층침대에서 울었다.
아카시는 그 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지만 묘하게 숨 죽이는 소리가 자다가도 계속 들려 기분이 좋지 않았다. 하지만 거기까지였다. 두사람은 같은 방이었다. 같이 지낸지 일주일 정도 되었을 때 울음소리는 끊어졌다. 아카시는 입을 열었다. 울지않네. 후리하타의 눈은 매우 커져 눈동자가 자그만하게 보였다. 아카시는 후리하타의 눈을 바라보았다. 아카시 세이쥬로야. 후리하타 코우키야. 아카시는 악수를 청했다. 후리하타는 머뭇거리며 손을 마주잡았다. 고마워. 먼저 다가와줘서. 별로. 같은 방이니까. 후리하타는 웃었다. 내가 너에게 이득이 된다는 믿음을 준걸까? 아카시는 인상을 썼다. 눈치가 좋네. 난 오형제 중 막내야. 전부 엄마가 달라. 아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해의 의미. 후리하타는 웃었다.
후리하타는 네명의 형에게서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다. 정이 많지만 믿을만한 사람이 아니면 조금의 정도 주지않는 도련님이었다. 아카시는 자신에게 정을 주며 의지하는 모습이 마음에 들었다. 그 것은 처음 같은 침대에서 잘 때 터졌다. 팔베개를 좋아하는 후리하타는 아카시의 팔을 베고 누웠다. 아카시는 벌레가 꿈질거리는 것 마냥 가슴 한구석의 간지러움을 느꼈다. 후리하타는 사람 좋게 웃으며 아카시가 '좋다'고 말했다. 아카시는 눈을 깜빡였다. 굳이 대답은 하지않았다.
그 후로 아카시에게 변화가 찾아왔다. 처음으로 자위라는 것을 해보았다. 몽정 또한. 상대는 단 한사람이었다. 아카시는 그 변화에 놀라지 않았다. 그저 후리하타를 바라볼뿐이었다. 어느날 밤 아카시는 물었다. 너도 그런 거 해? 코우키. 후리하타는 그렇다고 답했다. 그러더니 익숙하게 침대에서 훌렁 내려와 아카시의 옆에 앉았다. 아카시는 침을 삼키고 몸을 살짝 움직여 공간을 만들어 주었다. 후리하타는 그 곳에 자신의 몸을 맞추었다. 아카시는 품 속의 후리하타를 느꼈다. 세이도 그런 거 해? 아카시는 고개를 끄덕였다. 후리하타가 웃었다. 아카시도 인간이네. 아카시는 그런 후리하타의 말을 무시하듯 박자에 맞지 않게 말을 뱉어냈다. 널 생각하면서 해. 후리하타의 웃음이 멈추었다. 아카시는 숨을 골랐다. 후리하타는 몸을 일으켰다. 아카시는 후리하타에게 향하려는 눈동자를 고정했다. 후리하타는 아카시를 바라보았다. 무언가를 요구하는 듯한 느낌에 말을 이었다. 처음이야, 네가. 후리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시는 후리하타를 보았다. 생각보다 평온한 표정의 후리하타는 아카시의 손등에 자신의 손을 포개었다. 후리하타가 눈동자를 굴리더니 아카시를 보았다. 시선이 얽혔다. 후리하타의 입술이 천천히 움직였다. 아카시는 목소리에 집중했다. 나도 널 생각하면서 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