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간 잔인함 주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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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리하타는 아카시가 들고 있는 박스 안을 바라보았다. 잔뜩 인상을 쓰더니 고개를 돌려버린다. 묻어주고 오자. 후리하타는 조금 괴로운듯 입술을 물고 고개를 끄덕인다. 아파트 뒷편의 공터만 벌써 몇번째 온건지 알수가 없다. 아카시는 땅에 삽을 꽂아 넣었다. 흙을 퍼내면서 아카시가 쓰게 웃었다. 가끔 이렇게 아무생각 없이 팠다가 전에 묻었던게 나오면 어쩌나라고 생각해. 후리하타가 울상이 된다. 불쌍해. 


두사람은 이제 막 1년이 넘은 연인이었다. 동거를 시작한지는 얼마 안됐다. 처음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 둘은 마냥 좋았었다.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인 집은 천국이나 다름 없었다. 하지만 어느날부터 집으로 오는 선물들로 인해 천국은 지옥으로 변해버리고 말았다. 보내는 사람도 받는 사람도 없는 선물들. 처음 시작은 정갈한 글씨의 편지였다. 달콤한 사랑을 속삭이는 내용에 두사람은 서로가 아니냐며 웃었다. 하지만 편지의 내용은 가면 갈수록 괴기스러워졌다. 사랑으로 시작한 내용은 집착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그리고 어느순간 편지와 함께 사진이 오기 시작했다. 사진에는 난도질 당한 동물이 찍혀있었다. 상황의 심각함을 깨달은 두사람은 경찰에 신고했지만 경찰은 그런 편지만 받는거라면 손쓸도리가 없다며 방관했다.


경찰에 신고한 이후로 보복이라도 하는듯 정말 죽은 동물의 시체를 받았다. 처음 후리하타는 상자의 뚜껑을 열자마자 소리를 질렀다. 깃털이 마구잡이로 뜯기고 배가 갈라져 그 안의 것들이 흉하게 드러나 악취를 풍기는 그 모습에 저절로 구역질이 나왔다. 아카시는 말없이 그걸 묻어주고 후리하타를 다독였다. 스토커가 노리는게 누굴까. 아카시의 말에 후리하타는 눈물을 터트렸다. 무서워. 아카시는 잘게 떠는 어깨를 감싸안았다. 괜찮아, 내가 널 지켜줄게.


아카시의 노력에도 범인은 도저히 잡히지 않았다. 지문도 없었고 cctv는 오래전부터 녹화가 되지 않고 있었다. 언젠가는 그 소름끼치는 편지봉투를 놓고 가는 사람을 붙잡았지만 그는 심부름센터의 직원이었다. 의뢰인은 익명이었고 언제나 쪽지로 의뢰를 부탁했기에 추적은 불가능했다.


더욱 더 무서운건 목표가 누구인지 몰랐다. 후리하타 혹은 아카시, 아니면 둘 다. 아카시는 후리하타를 걱정했다. 후리하타는 무서워하면서도 아카시를 걱정했다. 그래도 동물의 시체 외에 더이상의 행동은 없어 두사람은 안심하고 있었다. 


밖에서 외식을 하고 들어가는 길에 현관 손잡이를 잡은 후리하타는 끈적한 느낌에 문을 열다말고 손을 뗐다. 뭐야? 아카시는 후리하타에게 가까이 다가갔다. 후리하타는 떨고 있었고 손에는 비린내가 나는 흰 액체가 묻어있었다. 아카시는 급하게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후리하타의 손을 닦았다. 후리하타는 아무런 말없이 눈물만 쏟아냈다. 이사갈까? 후리하타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사를 한 후에 더이상 그런 일은 없었다. 후리하타도 그 때의 충격이 가신듯 평소와 다름없이 지냈다. 아카시는 그런 후리하타를 보며 안심했다. 그리고 몇일후 아카시는 대문의 붉은글씨와 마주했다. 도망가지마. 흰 메모지에 검붉은 글씨. 아카시는 종이를 코로 가져다댔다. 옅지만 익숙한 냄새. 산화된 피의 냄새였다. 미친놈. 아카시는 종이를 구겨서 쓰레기통에 버려버렸다.


세이쥬로 이게 뭐야. 아카시는 눈 앞에 내밀어진 메모를 확인했다. 곧 찾아갈게. 아카시는 종이를 빼앗아 구겨버렸다. 그리고 후리하타를 당겨 안았다. 역시나 어깨가 떨리고 있었다. 최대한 들키지 않게 하려고 먼저 발견해서 버렸건만. 저거 피 맞지. 아카시는 고개를 저었다. 신경쓰지마, 내가 다 알아서 할테니까. 후리하타는 아카시의 품에 고개를 묻었다. 위험하면 바로 도망쳐야 돼. 응.


오늘따라 기분이 좋지 않았더라니. 아카시는 급하게 차에서 내려 엘리베이터 버튼을 눌렀다. 초조했다. 수십통의 부재중. 전부 단 한명이 건 전화였다. 후리하타 코우키.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린다. 급하게 12층을 눌렀다. 숫자가 하나씩 바뀐다. 차근차근 바뀌어 두자리 숫자가 되고 곧 엘리베이터 멈춘다. 아카시는 문이 다 열리기도 전에 엘리베이터를 나와 집으로 달려갔다. 현관문을 열자 쇠냄새가 코 끝을 찌른다. 급하게 신발을 벗고 들어간 거실은 붉은색으로 가득했다. 축축한 붉음. 아카시는 손이 떨렸다. 코우키, 코우키. 주변을 둘러보며 후리하타를 찾았지만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방에서 자고 있을까 몸을 돌리는 순간 머리에 강한 충격을 받았다.


눈을 떴을때는 어두운 밤이었다. 아니 밤인지 아니면 빛이 안 들어오는건지 몰랐다. 주변을 둘러보니 집에 있는 창고용 방이었다. 공간도 좁았고 창문도 작아 창고 외에는 쓸수가 없는 곳이었는데 두사람 다 짐이 별로 없어 창고는 거의 텅 빈 상태였다. 아카시는 몸을 일으키려다가 손목을 옥죄는 느낌에 다시 자리에 앉았다. 손목에 수갑이 채워져 있었고 수갑은 못으로 벽에 고정되어 있었다. 미친새끼. 아카시는 이를 갈았다. 후리하타가 걱정되었다. 혹시나 죽었을까봐 무서웠다. 그 많은 피가 후리하타의 것이라면 분명 죽었을테다. 팔에 힘을 줘 수갑을 당긴다. 손목에 생채기만 생길뿐 빠지지 않았는다. 분함에 벽에 머리를 박았다. 그 소리를 들었는지 창고의 문이 열리고 빛이 들어온다.


"흉터내면 안되지"


나긋한 목소리가 귓가를 파고든다. 아카시는 방 안으로 들어오는 존재를 바라보았다. 코우키. 후리하타는 해사하게 웃었다. 아카시는 혼란스러움에 힘이 빠졌다. 살아있었다는 안도감과 멀쩡한 그에 대한 의심이 뒤섞였다. 아카시는 믿고싶었다. 무사했구나. 아카시의 말에 후리하타가 몸을 숙여 아카시와 눈을 맞춘다.


"그럼 당연하지. 내가 나를 죽일수는 없잖아"


믿고싶었다. 아카시는 무슨 말을 할지 고민하며 혀를 굴렸다. 후리하타일리가 없었다. 진실로 울며 무서워하고 자신을 걱정하던 사람이었다. 후리하타는 아카시를 바라보더니 입꼬리를 올려 웃었다.


"내가 준 선물들 맘에 들었어?"


아카시의 입술이 떨렸다. 설마, 그럴리가 없어. 후리하타는 키득거리며 아카시의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렸다. 그 손은 머리카락에서 귓바퀴로 귓바퀴에서 목덜미로 내려갔다. 턱선을 쓸어내리는 차가운 손가락에 소름이 돋았다. 후리하타의 손은 몇번 목덜미를 쓰다듬더니 아카시의 옷깃을 쥐었다. 그리고 우악스럽게 뜯어낸다. 우드득거리는 소리를 내며 떨어지는 단추를 바라본다. 드러난 맨살을 후리하타가 손끝으로 끈적하게 훑는다. 그러다 고개를 숙여 그의 목덜미에 이를 박는다. 아카시의 입에서 비명이 터진다. 후리하타의 턱끝을 타고 흐르는 피가 바닥으로 추락한다.


"아름다워 세이쥬로"


소름끼치게 웃은 후리하타가 아카시의 바지버클을 풀어내린다. 아카시는 버둥거리며 반항했지만 손목이 묶여있는 상황에서는 크게 움직일수가 없었다. 후리하타가 바지를 벗고 아카시의 위에 올라탄다. 후리하타의 손가락이 아카시의 입 안을 거칠게 헤집는다. 타액이 흥건해진 손가락을 자신의 뒤에 곧바로 우겨넣는다. 다른때라면 무척이나 관능적인 모습일테지만 지금의 아카시에겐 공포 그 자체였다.


"욱.. 으... 하아.."


손가락을 뺀 후리하타는 곧바로 아카시의 것을 받아들인다. 아카시는 고통에 억눌린 신음을 흘렸다. 후리하타는 그에 아랑곳하지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아카시는 강간과도 같은 그 관계에서도 본능적으로 쾌감을 느끼는 자신의 감각이 혐오스러웠다. 후리하타의 허리짓은 빨라졌고 아카시는 눈을 꽉 감았다. 후리하타는 자신의 안에서 아카시의 것을 빼내었다. 허벅지 사이로 흐르는 액체를 손가락으로 훑어서 핥는다. 후리하타가 기분좋게 웃더니 아카시의 입술에 키스를 퍼붓는다. 후리하타가 입술을 떼며 아카시의 붉은 머리카락을 쓸어넘긴다. 

 널.


"박제시켜서 보관할거야"

"나비처럼"


피멍이 든 목덜미에 짧게 입을 맞춘다. 




Posted by DA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