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우와 바다다!"




아카시는 자신을 앞질러 뛰어가며 방방 뛰는 후리하타를 바라보았다. 그는 꼭 이런 때가 좋았다. 후리하타가 아이처럼 기쁨을 이기지못해 뛰어다니고 눈동자를 빛내며 자신을 돌아볼 때, 아카시는 그 때가 좋았다. 세-이-쥬-로-! 그가 돌아본다. 아카시는 나직히 웃었다.


후리하타는 파란색보다는 빨간색이 잘 어울리는 얼굴이다,고 생각했던 아카시는 그가 입고 있는 파란색과 흰색의 줄무늬 옷을 보며 그 생각을 지웠다. 이것도 퍽 잘어울리네. 아카시는 그의 파란 옷자락을 끌어당겼다.




"왜?"


"미아 될지도 모르니까 손 잡아"




그의 표정에 눈에 띌 만큼 불만이 가득찬다. 미아는 무슨! 그러면서도 그의 손을 잡아온다. 아카시가 웃고는 그의 손등에 키스를 한다. 농담이야, 그냥 잡고싶었어. 후리하타가 웃는다. 넌 가식 좀 그만부릴 필요가 있어. 다른 때였으면 가식이 아니라 우회적인 표현이라고 고쳐주었겠지만 오늘은 기분이 좋으니 관두기로 한다. 모처럼 휴가인데 전처럼 꼬투리 하나 잡아서 세시간씩이나 싸우고 싶지는 않았다.


걸어가면서도 조잘거리며 바다색과 태양빛의 상관관계나, 조석과 간만에 대한 얘기를 하던 후리하타가 문득 말을 멈춘다. 아카시가 돌아보기도 전에 그의 손을 놓고 후리하타가 앞서 달려가버린다. 어디서 긴 나무막대기를 가져오더니 모래사장에 글씨를 쓴다. 아카시는 온몸을 써가며 크게 글씨를 쓰는 후리하타를 바라보다 웃어버리고 말았다.


'세이가 좋아'


아카시도 주변에서 나뭇가지를 집어와 후리하타보다는 작게 하지만 여전히 큰 글씨로 모래사장 위를 채운다. 후리하타는 지치는지 가만히 서서 아카시를 바라보았고 아카시는 느릿하면서도 바닷물에 씻겨 내려가지 않을정도로 깊게 글씨를 새겼다.


'사랑해 코우키'


글씨를 다 쓰자마자 후리하타가 달려와 아카시에게 매달린다. 세이가 사랑한다고 해줬어! 아카시가 그런 후리하타의 허리를 감싸며 가볍게 입을 맞춘다. 내가 꼭 처음 말한다는듯이 얘기하네. 매일이 새로운거지. 재치있는 말에 웃음을 터트리고는 다시 깊고 부드럽게 키스를 한다. 모래사장에 새기던 글씨처럼 꾹꾹 서로에게 자신을 남긴다.








한참 해변가에서 놀던 중 후리하타가 지쳤는지 아카시의 팔을 붙잡고 흔든다. 세이- 저기 가보자. 후리하타는 해변가에 있는 아기자기한 카페를 가리켰다. 아카시는 미묘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인다. 가자.


아카시의 예상대로 그 카페에 있는 손님들 대부분은 커플이었다. 물론 그 마저도 별로 없긴 하지만 아카시는 후리하타를 바라보았다. 애초에 서로가 남자와 연애하는 것에 대해서 신경쓰지 않던 두사람이었지만 그래도 이런 상황에서는 거부감이 들지 않을까.




"왜? 내 얼굴에 뭐 묻었어?"


"아니"


"내가 너무 멋있어서 시선을 뗄 수가 없어? can't take my eyes of you야?"




걱정은 무슨. 아카시가 혀를 찬다. 아카시의 냉담한 반응에 후리의 얼굴이 구겨진다. 뭐? 왜? 그럼 왜 본건데? 아카시는 괜한 부끄러움에 후리하타를 끌고 카페 한구석의 테이블로 가 앉는다. 후리하타는 지치는듯 아카시의 반응에 다른 말 없이 테이블로 엎어진다. 힘들어어. 테이블보의 짙은남색 줄무늬와 후리하타 옷의 파란색 줄무늬가 겹친다. 물아일체네. 아카시의 말에 후리하타가 자신의 옷과 테이블을 번갈아본다. 으응, 그렇네에. 아카시가 피곤한듯한 후리하타의 머리카락을 쓰다듬고 일어나서 카운터로 향했다.


후리하타는 눈 앞에 펼쳐진 음식들을 보며 미소지었다. 맛있겠다. 샐러드와 샌드위치 외에도 후리하타가 꽤 좋아하는 핑거푸드와 쿠키, 빵 등 몇가지 음식들이 놓여져있었다. 연인의 관록이었다. 아카시는 허브티를 한모금 마시고 후리하타에게 포크를 쥐어주었다. 천천히 먹어. 후리하타가 음식 몇가지를 집어먹더니 접시들로 향해있던 시선을 들어올린다. 사백안의 눈동자가 아카시를 바라본다. 아카시는 뭔가 저릿한 느낌에 침을 삼켰다.




"흐흥"




묘하게 웃는 그를 보며 아카시가 손을 꽉 쥐었다. 왜 갑자기 이런 모습 하나하나가 관능적인지 알수가 없다. 후리하타가 손을 들어 핑거푸드 하나를 집더니 아카시에게 내민다.


"아-"


조금 떨리는 마음으로 아카시가 내밀어진 음식을 집어먹는다. 그러면서 후리하타의 검지와 엄지에 입맞추고 혀로 그 손가락 끝을 살짝 핥는다. 후리하타는 손을 가져가더니 검지와 엄지를 느릿하게 빤다. 아카시는 허브차를 한모금 마셔 음식을 넘기고 몸을 일으켰다. 갑작스레 일어나 자신의 팔을 붙잡는 아카시를 보며 후리하타는 놀라는듯, 놀라지않는듯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호텔로, 후- 가자"



후리하타의 입꼬리가 호선을 긋는다. 너는 나한테 안된다니까?



Posted by DA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