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야 시간있냐. 아니. 아이스초코 세잔. 콜. 그렇게 유혹에 넘어가 이렇게 아이스초코를 빨고있다. 하지만 세번째 잔을 다마셔가는 중에도 자신의 앞에 있는 녀석은 얼굴을 감싸고있는 손을 거두지않았다. 왜 부른거지. 진짜 외로워서 이러나. 까짓거 한번 자줄까. 시덥잖은 생각을 하며 검은 후드를 쓴 머리를 두드렸다. 힘내 짜샤 인생이 원래 그래. 별 되도않는 말을 하며 위로를 해주는데 그제서야 손을 내린다.



"무슨일있냐? 너 좀비같아"


"몰라"



키드는 혀를 차고 로우의 얼굴을 찬찬히 살펴보았다. 그러다 쇄골부분의 이상한 검은 선을 발견했다. 이건 뭐냐. 로우의 후드 목덜미를 끌어 가슴팍을 쳐다보았다.



"야.. 화장실 좀 가자"



키드에게 거의 끌려가다싶이해서 화장실로 들어간다. 너 그거 까봐. 키드의 말에 순순히 순순히 옷을 들추어 가슴을 보여준다. 키드의 얼굴이 경악으로 가득찼다. 아프다고 리터칭도 안하던 놈이, 맛들렸냐? 로우의 표정이 더 어두워진다.



"자의로 한 거 아니야"


"헐. 설마 그 문신해주는 형이?"



로우가 고개를 끄덕이자 키드의 얼굴이 더 경악으로 물든다. 완전 또라이네. 로우가 옷을 다시 내리곤 화장실을 나간다. 자리로 돌아오자 키드가 질문을 퍼붓는다. 로우는 딱히 숨길게 없어 자초지종 다 설명했다. 술부터 문신에 고백까지.



"와. 로맨티스트"


"미쳤냐?"



찬물만 마시던 로우의 얼굴이 구겨진다. 키드는 머리를 긁적거리더니 얼음뿐인 잔을 흔들었다. 너한테 관심있고 마음있어서 하트문신도 하고 그런거잖아. 좀 과격하긴한데 로맨티스트 아닌가? 거기서 안 덮친것도 대단하고. 왠지 말도 안되는데 설득력있는 키드의 말에 로우의 표정이 조금 풀린다. 그런가.



"그래서 고백은 받아들였냐"


"아니 도망쳤어"


"허. 그럼 약은 언제 받으러 가야해?"


"오늘"






*

"너 좀 그거같다"


"뭐"


"딸 애인 검사하는 아빠"



그대로 키드에게 옆구리를 맞았다. 고통에 몸부림치는 로우를 뒤로하고 키드는 먼저 계단을 내려가버린다. 아픔이 가시자 그제서야 로우가 키드를 뒤따른다. 뒷골목으로 들어와 드레스로사를 향해 가는데 온몸이 긴장된다. 괜히 숨이 가빠지는 것 같다. 키드의 옷자락을 꽉 쥐었다.



"괜찮냐?"


"아니.."



로우가 주저앉아 가슴을 부여잡는다. 납치는 납치인지라 그때의 후유증인지 심장이 불규칙하게 뛰었다. 호흡이 가빠진다. 키드는 로우와 눈높이를 맞추었다. 이마에 맺힌 땀을 닦아주며 머리를 쓰다듬었다. 어느정도 진정이 되어갈쯤 키드의 등 뒤에 인기척이 느껴진다. 로우가 고개를 들었다.



"뭐해?"



도피가 키드와 로우를 바라보았다. 로우도 로우지만 그 옆에 있는 빨간머리가 신경쓰였다. 키드는 몸을 일으켜 도피를 바라보았다. 로우 친군데요, 약 받으러 왔습니다. 도피가 고개를 끄덕이더니 로우를 흘긋본다.



"그것보다 좀 앉아서 쉬어야겠는데. 가게 2층에 휴식공간 있으니까 거기로 가있어"



그러고는 다시 제갈길을 간다. 멀어지는 뒷모습을 보다가 키드가 로우를 일으킨다. 상태가 많이 나아졌는지 안색이 다시 돌아온다. 가자. 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게에 갔더니 모네가 기다렸다는듯 둘을 2층으로 안내한다. 2층의 침대에 눕자 그제서야 굳은 몸이 풀린다. 침대에 걸터앉은 키드가 혀를 찼다.



"많이 무섭냐"


"몰라. 묻지마"



로우는 팔을 들어 이마를 덮었다. 가게로 간다 생각했더니 긴장이 되어 죽을 것 같았는데 막상 실제로 만나고 별 거 없는 반응에 긴장이 풀린다. 무엇때문에 긴장했던건지. 모네가 물 한잔을 가져온다. 드세요. 로우가 컵을 받아들고 인사를 하자 모네가 웃는다. 도련님 곧 오실거에요. 지금 잠깐 뭐 사러 나갔거든요. 말이 끝난뒤 계단을 내려가는 모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도련님?"



키드와 눈이 마주친다. 마주치자마자 두사람이 크게 웃는다. 우와 도련님이래. 부잣집 아들인가봐. 한바탕 웃고나니 긴장감이 가신다. 같이 와주길 잘했지? 누구보고 딸 애인 검사하는 아빠래. 또 키드가 로우를 때린다. 아파 이 무식한 놈아.



"괜찮나보네"



어느새 2층으로 올라온 도피가 외투를 벗어 소파에 걸쳐둔다. 키드가 자리에서 일어난다. 도피는 서랍을 열어 약병을 꺼낸다. 로우에게 다가가 약병을 건낸다. 키드는 자리를 비켜 소파 등받이에 기대었다. 도피가 침대에 걸터앉아 로우의 헝클어진 앞머리를 정리해준다.



"내가 많이 무섭나?"



키드는 도피를 바라보았다. 로우의 말과는 전혀 다른 다정함이 묻어나와 고개를 갸웃거린다. 진짜 로맨티스트인데. 로우도 그의 다정함에 넋을 놓고있었다.



"아니, 그게, 사실은 ...네"


"미안하다. 좀 초조했었어, 제대로 빠졌거든"



도피가 로우의 머리를 쓰다듬는다. 로우가 고개를 숙인다. 3년동안 솔로였더니 이런 자극에 민감하다. 자신이 연상취향인 것도 한몫했고. 괜찮아요. 로우의 말에 남자가 웃더니 검은 후드 위로 뽀뽀한다. 조심히 가.






*

"솔직히 말해봐"


"뭘"


"설렜지"

억. 키드가 옆구리를 부여잡으며 끙끙거린다. 로우는 핸드폰을 꺼내어 봤다. 문자발신인, 도플라밍고. 본명에 일급비밀이라던 얼굴까지 보여주며 자신에게 빠졌다던 남자.

[자주 놀러와]

돈도 많아보이고 -도련님이라니- 다정하고 자신에게 관심도 있고. 그러나 알 수 없는 찝찝함이 도피를 거부하게 만들었다. 대체 뭐가 찝찝한건지. 대뜸 술 먹이고 문신한거? 로우는 한숨을 쉬었다.






*

"닥터"


"오냐"


"연애상담 같은 것도 해줘?"



닥터가 눈을 크게 뜨고 로우를 바라본다. 2년내내 공부만 하던 녀석의 입에서 나오는 '연애'라는 단어가 생소하다. 어디 아프냐. 교수의 말에 로우가 머리를 헝클인다. 그런가봐. 닥터는 더욱 더 진지해져서는 로우의 맞은편 소파에 앉았다. 말해봐.



"그.. 암만봐도 내 타입이고 날 좋아해주는데 첫만남이 좀 이상해서 그런가 찝찝해서. 계속 밀어내고 있어"


"첫만남이 이상하다고?"


"같이 술마시고 다음날 일어났더니 가슴에 문신을 해놨어"


"남자였냐??"



그 저번에 문신 받았다던 그 남자?? 닥터의 반응에 로우가 멋쩍은듯이 머리를 긁는다. 닥터 혹시 그런거에 혐오감 같은거 있어? 닥터가 고개를 젓는다. 여자들을 꺼리길래 어렴풋이 예상했지만 진짜일줄은. 로우는 닥터의 말에도 별반응 없이 소파에 늘어진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어.



"흠... 확신이 없는거 아니냐. 아직 마음도 안 깊은 것 같고"


"확신?"


"괜찮은 사람인지 확신이 없어서 그런거 같은데. 그 남자가 계속 진심을 보이면 어느 순간 너도 마음이 가 있겠지"



로우가 벌떡 일어난다. 와! 닥터 대단해! 처음 듣는 로우의 순수한 칭찬에 기분이 이상해졌다. 로우는 후련해졌는지 가방을 챙겨 사무실을 나간다. 내일봐 닥터. 닥터는 로우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눈을 깜빡였다.






*

빈 공간에 구두소리가 울려퍼진다. 어두운 공간에 유일하게 불빛이 있는 곳으로 다가가자 한 남자가 밧줄에 묶여있다. 그 주위에 양복입은 사내들이 몇명 감시하듯 서있었다. 구두소리가 점점 가까워져 묶여있는 남자의 앞까지 온다.



"도망쳐봤자 소용없다니까"



큰 손이 남자의 입에 붙어있는 테이프를 떼어낸다. 입이 자유로워진 남자는 눈물을 흘리며 떨리는 목소리로 사죄를 한다. 미안해, 미안하네. 내가 잘못했네. 내가 욕심에 눈이 멀어.. 남자의 말은 복부를 강타하는 구둣발에 의해서 멈추어진다. 억눌린 신음소리가 들린다.



"그러게 배신을 하지말았어야지"



남자의 눈 앞에 핑크색의 넥타이가 보인다. 조커 살려주게 제발 살려줘. 도피는 몸부림치는 남자를 보며 미소지었다. 아 난 이때가 제일 좋아. 살기위해 몸부림칠 때. 도피가 몸을 일으켰다.



"1, 2, 3. 하나 골라"


"조커 제발!!"


"4번으로 하지"



도피가 손을 내밀자 양복의 사내 하나가 말채찍을 건네어준다. 난 사람 살이 찢어지는걸 보는 게 즐겁더라고. 고통없이 보내주려했더니 당신이 거절한거야. 도피가 채찍을 고쳐쥔다.



"피를 좀 많이 흘려주면 좋겠어, 컴패니언"


















Posted by DA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