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홈님 (@hom0522) 이 주신 소재입니다.
※ 미완
#
후리는 중학교 때 괴롭힘을 당했었음. 체구도 작고 소심한 탓에 그런거임. 그건 고등학교 올라오고 농구부에 들어가서도 마찬가지임. 괴롭히는 회수는 줄었어도 강도는 점점 악질이 되어감. 중학교 때는 때리는게 주였다면 고등학교 때부터는 수치심이 주였음. 직접 만지는건 아니었지만 바지 벗게하고 혼자서 하게 만드는등 후리를 정신적으로 고문함.
그러다가 질렸는지 누구 하나가 후리를 진짜 남자와 하게 만들자고 함. 근데 자기들은 싫대. 후리는 겁에 질림. 그러다가 어떰 남자애가 여장 시켜서 남자랑 자게 만들자고 말함. 얘들은 자기 일 아니고 조금만 거리로 나가면 변태 아저씨들 많으니까 좋다고 찬성함. 그래서 어떻게 여자 교복 구해와서 후리에게 입힘. 그러는 사이 해가 지고 저녁시간이 됌. 남자애들은 딱 좋다며 킬킬거림. 후리는 싫다고 반항하지만 여러명의 남자애들을 당해낼수는 없었음. 질질 끌려서 학생들 사이에서 원조교제로 유명한 길거리에 후리를 던져둠. 후리는 도망치려는데 어떤 남자가 기다렸다는듯이 후리를 잡음.
아저씨랑 할래?
후리는 소름끼침. 후리가 손을 빼내려는데 남자가 후리를 안 놓아줌. 오히려 후리를 더 끌어당겨서 후리의 치마 안으로 손을 집어넣음. 후리는 놀라서 몸을 파드득거리면서 반항함. 후리가 심하게 반항하니까 남자가 후리를 때림. 후리가 맞고 바닥에 넘어지자 남자가 씩씩거리더니 후리를 발로 차려고 함. 후리는 몸을 잔뜩 웅크리고 눈을 감음. 그랬는데 발길질은 없고 말소리가 들림. 눈을 뜨자 남자 앞에 교복입은 남자애가 서있음. 후리는 몸을 일으킴. 남자가 뭐라 소리지르더니 휙 가버림. 교복 입은 애가 남자가 가는 모습을 보더니 고개를 돌려 후리를 바라봄. 후리는 남자애를 보고 깜짝 놀람. 아카시 세이쥬로다. 윈터컵 이후로 2학년 되고 처음 봄. 후리는 부디 아카시가 자길 알아보질 않길 원함. 아카시는 몸을 숙여서 후리에게 손을 내밈.
괜찮아?
후리는 자길 못 알아보게 고개를 숙임. 후리가 자기 손을 안 잡자 아카시는 두팔을 뻗어 후리를 일으켜세움. 후리가 당황하는데 아카시가 후리 얼굴 보더니 놀란 눈치임. 후리는 수치심에 눈물이 맺힘. 아카시를 뿌리치고 가려는데 아카시가 후리 팔을 잡고 안 놓아줌. 후리는 순간 울컥함. 너도 나 괴롭히고 싶냐고, 수치심 주고 싶은거냐 그렇게 소리지름. 그러고 후리는 결국 울음을 터트림. 아카시는 말없이 후리를 바라봤다가 교복 마이를 벗어서 후리 어깨에 걸쳐주고 후리 손 꽉 잡고 자리를 옮김. 큰길가로 나오자마자 택시를 잡아서 주소를 부름. 후리는 고개 숙이고 계속 울기만 함. 아카시는 창밖만 바라보면서 후리 손을 꽉 잡고 있었음. 그리고 도착한 곳은 한 오피스텔임. 아카시가 익숙하게 들어감. 후리는 아카시가 이끄는대로 따라갈뿐임. 그렇게 도착한 집에서 아카시가 후리를 욕실로 밀어넣음.
씻고 나와.
그렇게 말하곤 휙 가버림. 후리는 일단 샤워함. 근데 입을 옷이 없어 고민하다가 욕실 문을 열었는데 옷이 놓여져있음. 후리가 옷을 입고 거실로 나가자 편한 옷으로 갈아입은 아카시가 소파에 앉아있었음. 아카시가 후리를 보더니 일어나서 잡아끌어와 자기가 앉아있던 곳에 앉힘. 그리고 옆에 뒀던 구급상자에서 약을 꺼내 긁힌 무릎이나 맞아서 찢어진 입가에 연고를 바름. 후리는 묵묵히 그 손길을 다 받다가 아카시가 약을 정리할쯤 작게 고맙다고 얘기함. 아카시는 후리를 흘긋 보더니 고개를 돌려서 구급상자를 원래 있던 위치에 놓으러감.
사실 아카시는 일이 이렇게 될 줄 몰랐음. 그저 도쿄에 일이 있어서 올라왔고 일 끝나고 빨리 큰길가로 가려고 좀 으슥한 골목 지나다가 남자가 여학생을 때리는걸 봤을뿐임. 그 여학생의 교복이 세이린이 아니었다면 그냥 지나칠거였음. 근데 쿠로코가 다니는 세이린이였고 그냥 쿠로코가 다니니까 이런 생각으로 여자애를 남자의 구타에서 구해줌. 근데 봤더니 여자애도 아니거니와 아는 얼굴임. 세이린의 자신과 동갑 PG. 후리가 도망가려는걸 굳이 잡은 이유는 자신도 모름. 그저 입가에 피가 맺힌게 무척 아파보여서 그랬던것 같음. 치료안하면 흉질텐데. 그런 생각으로 잡았더니 후리가 자신에게 소리를 질렀음. 평소라면 감히, 이런 생각으로 놔주거나 제대로 구겨밟았을텐데 여자옷을 입어서 그랬는지 어쨌는지 그대로 이렇게 데리고옴. 아 전부 입가의 상처 때문이야. 그게 너무 치료하고 싶어서 여기까지 온거야. 아카시는 한숨을 쉬고 구급상자를 제 위치에 둠.
그리고 다시 거실로 나오자 안절부절 못하는 후리가 눈에 들어옴. 아카시는 고민함. 이대로 아무것도 묻지말고 보낼까 아니면 뭔가를 물어볼까. 아카시는 그냥 묻지않기로 함. 자기 일도 아니었고 나름의 사정이 있을테니. 아카시는 핸드폰을 꺼냄.
택시 불러줄테니까 타고 가.
후리는 아카시의 말에 고개를 끄덕거림. 아카시가 뭐라도 물어보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다행이라고 생각함. 아카시가 택시를 부른 후에 후리를 봄.
옷 그대로 가져가도 좋아. 저 교복은 필요해?
후리는 고개를 저음. 아카시는 고개를 끄덕이고 여자교복을 들어서 그대로 쓰레기통에 쳐박음. 그러고 핸드폰이랑 지갑을 챙기더니 고개짓으로 나가자고 함. 나가서 조금 기다렸더니 택시가 옴. 아카시가 문을 열어주고 후리가 탐.
집 어디야?
아카시의 질문에 후리가 더듬더듬 집주소를 말함. 아카시가 듣더니 지갑에서 돈을 꺼내서 택시기사에게 건넴. 그리고 후리 한번 보고 몸을 뒤로 뺌.
잘가.
아카시는 택시가 멀어지는걸 봤다가 이내 들어감. 그리고 후리 때문에 하지 못했던 샤워를 위해 욕실로 들어감. 샤워 다 끝내고 나오는데 발에 뭔가 닿음. 봤더니 끈팔찌임. 아카시는 그걸 들어올림. 끊어졌네. 아마 후리꺼같음. 아카시는 교복을 버렸던 쓰레기통에 팔찌를 버림. 잠깐 스쳐갔던 세이린의 교복에 아까 길에서 만난 후리가 떠오름. 이지매인가. 하지만 곧 자기일이 아니니까 이러면서 생각을 관둠.
그렇게 아카시는 그 때의 일을 잊고지냄. 그러다가 우연찮게 쿠로코를 만날일이 생겨서 도쿄에 가게 됌. 일은 단순했음. 그냥 아카시가 찾던 책을 쿠로코가 사게되었고 아카시는 도쿄 근처에 사는 애들도 볼겸 올라감. 암튼 마지바에서 쿠로코랑 만나서 책 받는데 아카시는 쿠로코 교복을 보고 문득 후리를 떠올림. 안부 정도는 물어볼만하겠지. 아카시는 쿠로코에게 같은학년 PG는 어떻게 지내냐고 물음. 쿠로코는 의아해함. 그걸 니가 왜 궁금해합니까. 아카시는 심드렁하게 전에 위험할 때 구해준적이 있었다고 함. 쿠로코는 그 말에 잘 지낸다고 대답함. 아카시는 그 대답에서 묘한 느낌을 받음. 그러니까 알면서도 모르는 느낌이 아니라 진짜 모르는 느낌. 아카시는 어쩔까 고민하다가 세이린 농구부 연습 좀 봐도 되냐고 물음. 어짜피 쿠로코는 다시 농구부로 돌아가야 했기에 흔쾌히 승낙함.
그리고 간 농구부는 아카시의 등장에 놀라워했다가 곧 제 할일을 함. 후리만 움찔거리는듯 하더니 연습을 했음. 아카시는 리코 옆에서 가만히 앉아서 후리를 바라봄. 리코는 아카시가 왜그러나 싶지만 라이벌 팀에서 이렇게 오는게 잘없는 일도 아니고 이즈키 은퇴하면 후리가 PG니까 같은 포지션으로서 봐두려나보다 함. 아카시는 후리가 격하게 움직이다보니 잠깐잠깐 옷이 펄럭이면서 보이는 안쪽 살에 인상을 씀. 멍자국. 남들이었으면 못 알아봤겠지만 아카시의 눈은 남달랐으니까. 아카시는 그대로 몸을 일으켜서 체육관을 나가버림. 쿠로코는 무슨일인가 싶지만 가봐야한가보다 해서 잡지않음.
그렇게 연습 끝나고 다들 씻고 정리하고 나감. 후리는 몸의 멍자국 숨긴다고 느릿하게 정리하다보니 남들보다 더 늦게 나옴. 그리고 혼자서 교문을 나설쯤 팔이 잡힘. 화들짝 놀라서 봤더니 자길 괴롭히던 놈들임. 야, 가자. 후리는 그 말에 잔뜩 아랫입술을 물고 따라감. 학교 구석진 곳으로 가자 후리 팔을 잡은 놈이 후리를 바닥으로 패대기 침. 바닥에 넘어진 후리를 둘러싸고 지들끼리 킥킥대면서 웃음.
너 운동하는 놈 맞냐. 왜 이렇게 힘이 없어.
후리는 입술을 꽉 깨물고 참음. 후리가 답이 없으미까 한놈이 발로 후리의 복부를 차버림. 후리가 억눌린 숨을 토해내자 또 좋다고 웃어댐. 후리는 괴로워서 몸을 덜덜 떰. 후리를 둘러싼 애들은 후리가 떨기 시작하니까 마음에 드는지 자기들끼리 웃음.
야 평소에 하듯이 바지 벗어.
후리는 놀람. 평소는 밀폐된 공간인데 여기는 탁 트인 공간이니까. 후리가 고개를 젓자 하나가 후리의 뺨에 주먹을 내다꽂음.
벗으라고.
후리가 계속 고개릉 젓자 이제 무차별적으로 발길질을 함. 교묘하게 옷에 가려지는 부분만 치던 놈들이 오늘은 많이 화났는지 간혹 얼굴쪽도 때림. 후리가 팔로 머리를 감싸지 않았으면 크게 다쳤을 발길질이었음. 한참 후리를 때리더니 한놈이 씩씩거리면서 후리의 바지버클을 잡음.
니가 안 벗으면 내가 벗겨줄게.
후리는 놀라서 손을 뿌리침. 그러자 다른 애들이 후리의 팔을 잡고 못 움직이게 함. 벨트가 풀리고 바지 버클이 풀어지는 소리에 후리는 눈물이 나옴. 소리를 지르려고 했지만 입까지 막혀있어서 막힌 소리만 울림없이 튀어나옴. 버클을 다 풀고 남자애가 바지를 벗기자 후리는 죽고싶어짐. 속옷에 까지 손을 대자 후리는 진짜 혀를 깨물 생각을 함. 속옷이 벗겨지는 느낌이 들면서 후리는 혀를 앞으로 빼냄. 죽자, 죽는게 나아. 사내놈들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리자 후리가 눈을 꽉 감음. 그랬는데 웃음소리 사이에서 큰소리와 함께 신음이 들림. 그 소리에 놀라 후리가 눈을 뜸. 봤더니 아카시임. 후리는 또 이런 상황이 벌어진 게 수치스러움. 후리를 괴롭히던 놈들이 아카시에게 관심을 돌림. 넌 뭐냐는 식으로 묻는데 아카시는 대답 대신 가져왔던 쇠파이프를 들어올림.
맞기 싫으면 가는게 좋아. 난 쟤랑 달리 운동신경이 좋거든.
아카시의 말과 분위기에 다르놈들이 주춤거리다가 내가 불쌍해서 봐준다는 식으로 얘기하고는 아카시에게 제일 처음 맞은 애를 데리고 사라짐. 아카시는 걔네가 사라지는 걸 바라봄.
바지 안 입을건가?
후리는 그제서야 자기가 아래를 내린채로 멍하게 있던걸 깨달음. 황급히 옷을 입는데 아카시가 손을 뻗음. 후리는 그 손을 가만히 바라봤다가 잡음. 아카시가 힘을 줘서 후리를 일으켜세워줌. 후리가 고맙다고 말하고 손을 놓으려는데 아카시가 손을 놓지 않음. 후리는 당황함. 왜이러나. 아카시가 후리의 손을 들어 올려서 후리의 소매를 걷음. 후리는 멍하게 그걸 바라봄. 끈팔찌. 아카시는 역시 그 끊어졌던게 후리꺼였구나 함. 후리는 아카시의 시선이 끈팔찌로 가 있다는 걸 느끼고는 다른 한손으로 그걸 만지작거림.
엄마가 만들어준거야.
아카시는 후리에게로 시선을 옮김. 후리는 살짝 움츠리는것 같더니 말을 이음.
새거야. 전에껀 끊어졌거든. 끊어지면 소원이나 사랑이 이루어진다는데.
후리가 거기까지 말하고 입을 다뭄. 그래. 그 무엇도 이루어지지 않았겠지. 아카시는 놓지않은 후리의 손을 잡아 끔.
집에 데려다줄게.
그 말에 후리는 움직이지 않음. 아카시가 의아하게 바라보자 후리가 곤란해함.
나 오늘 다른데 갈거라서.
아카시는 순간 가출청소년인가 생각함. 그러는 사이 후리가 아카시의 손을 놓고 먼저 걸음을 뗌. 아카시는 후리의 뒷모습을 바라봤다가 조금 빨리 걸어 후리 옆으로 가 보폭을 맞춰 걸음. 아무말도 하지 않은채로 두사람은 마냥 걸음. 그리고 도착한 곳은 병원이었음. 아카시는 후리가 맞은곳을 치료하려나 싶었는데 후리는 입원병동쪽으로 감. 따라가봤더니 산소호흡기를 달고 자고있는 나이든 여자가 있는 병동까지 오게 됌. 후리는 익숙하게 간이 의자를 꺼내서 앉음. 조용한 병실엔 후리와 아카시 여자 단 셋뿐이었음. 아카시는 다시 후리의 팔찌를 바라봄. 엄마가 만들어준게 아니구나. 아카시는 그제서야 후리가 직접 만든 끈팔찌라는걸 알아챔. 엄마가 만드는 방법을 가르쳐줬겠지. 아카시는 후리의 뒤에서 후리를 바라봄. 그러다가 궁금해짐.
이전의 팔찌, 무슨 소원을 빌었어?
후리는 숙이고있던 고개를 들어서 아카시를 바라봄. 후리는 씁쓸하게 웃음.
아무것도 빌지않았어.
아카시는 짧게 숨을 뱉음.
그럼 사랑이 이루어지겠네.
후리가 작게 웃더니 다시 침대의 여자를 바라봄.
좋아하는 사람도 없는데?
아카시는 굳이 대답하지 않음.
있지, 고마워.
뭐가.
후리는 눈을 깜빡임.
그냥 다. 구해준거, 묻지 않는거, 그럼에도 옆에 있어주는 거.
아카시는 심드렁하게 대꾸함.
신경쓸필요 없어. 내가 하고싶어서 한거니까.
후리는 고개를 끄덕임. 아카시는 그런 후리를 말없이 바라봄. 이상함. 하고싶어서 한게 맞음. 근데 왜 하고싶었던건지는 모르겠음. 그러다가 또 후리의 입가에 상처가 났던걸 기억해냄. 아카시가 후리에게 다가감. 후리는 인기척에 고개를 듦. 입술 옆의 피딱지. 그때와 같은 자리. 아카시는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조심스럽게 피를 닦음. 후리가 아픈듯 인상을 씀. 아카시는 무시하고 꼼꼼하게 닦음. 상처부위가 좀 깨끗해지자 아카시는 손수건을 다시 개어서 품에 넣음.
늦은거 아니야? 가 봐.
후리의 말에 아카시가 시계를 봄. 확실히 시간이 늦었음. 아카시는 고개를 끄덕이고 몸을 돌림.
배웅은 못할거 같아, 미안.
아카시는 별말없이 고개를 끄덕이고 병실를 나옴. 병원을 나와 택시를 타고 집으로 가면서 왠지 모르게 이상한 기분을 느낌. 아카시는 그 기분이 뭔지 몰라 살짝 인상을 썼다가 이내 별거 아니겠지 싶어서 무시함. 병실에 누워있던 그 여자에게서 과거 자신의 어머니를 봤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했음. 그 여자는 그 아이의 엄마일까. 아카시는 거기까지 생각하고 눈을 감음. 내일 오후 늦게 교토에 내려가려 했는데 일찍 내려 가야겠다고 생각함. 도쿄의 울렁거리는 느낌이 기분이 나빴기 때문임. 도쿄의 무엇이 그런 느낌을 주는지 몰라도 일단은 벗어나고 싶었음. 아카시는 스멀스멀 떠오르는 후리에 대한 생각을 지우기 위해 머릿속을 까맣게 물들여버림.
교토에 내려갔지만 아카시는 후리가 머릿속에서 떠나지 않음. 이 변화에 아카시는 짜증이 남. 자신에게 하나도 이득이 가지 않는 생각이었는데 도저히 지울수가 없음. 이지매도 신경쓰이고 병원의 여자도 신경쓰이고 후리의 끈팔찌도 신경쓰였음. 억누르고 참아보려해도 조금만 긴장을 풀고 있으면 펑하고 터지는 생각탓에 아카시는 무엇이 합리적인 행동인가에 대해서 생각함. 더 참을것인가 어떻게든 후리를 만나 해결을 볼 것인가. 전자는 안그래도 긴장하고 있는 평소에 상태에서 더욱 더 많은 주의를 기울여야 하기에 스트레스가 이만저만이 아님. 후자는 해결방안이 어느쪽으로 튈지 모름. 오히려 더 복잡해질수도 있었음. 아카시는 복권, 뽑기, 내기 따위를 무척 싫어했는데 후자가 딱 그꼴이었음. 그 이외의 방법을 생각해보지만 후리를 만나지 않는 이상 무리하게 참는 방법뿐이었음. 아카시는 후자의 방법을 선택함. 쿠로코에게 연락해서 후리의 번호를 알아내서 연락함. 주말에 보자고 연락하자 후리에게 알겠다는 답장이 옴. 아카시는 그 답장을 바라보며 단정했던 머리를 헝클어트림. 만나서 뭘 할것인가, 왜 이녀석은 나의 제안을 흔쾌히 받아들이는가. 되는일이 하나도 없는 것 같았음. 변수와 변수, 혹은 무계획이 낭자한 이 상황이 아카시는 생소해서 거부감이 들었음. 하지만 한편으로는 후리를 만나다고 생각하니 기분이 나아졌음. 후리 생각을 덜하기도 했고. 복잡하던 머릿속이 정리되자 아카시는 후리를 만나 무엇을 할지 대충 계획을 잡음. 그리고 마음을 먹음.
내가 이 아이의 삶에 관여한다, 이 아이를 내 이해 관계 속에 넣는다. 본인이 원하지 않을지라도.
그렇게 주말이 되고 아카시는 후리를 만남. 마지바같이 시끄러운 곳은 싫어서 일부러 전통 찻집으로 후리를 데려갔음. 이런 분위기여야 했기도 했고. 후리는 그게 조금 어색한지 계속 주춤거렸음. 하지만 아카시는 후리를 자기 안으로 들이기로 한 이상 부담스러워하는 후리를 배려하는 것보다는 자신에게 좀 더 익숙하게 만들어야겠다고 생각함. 그래서 후리를 끌고 와 자신과 마주앉게 하고 고급스러운 차를 마시게끔 했음. 얼른 벗어나고 싶어하는 후리가 얼른 자신에게 익숙해지길 기다리면서 아카시는 가만히 후리를 바라봄. 후리는 차를 타주던 종업원이 나가서야 긴장을 풀고 단 둘만 앉아있는 일본전통가옥식으로 디자인된 방안을 둘러봤음. 구경이 끝난 후리는 그제서야 차를 조심스럽게 마셨음. 아카시는 그 과정 과정을 꼼꼼하게 머릿속에 눈속에 새겼음. 이 아이는 이런 사람이구나.
차가 맛있네.
후리의 말에 아카시는 조금 고민하다가 이내 살짝 웃었음. 일단 긴장한 것 같은 후리를 좀 더 편한 기분으로 만들기 위해.
그렇지?
후리는 아카시의 미소가 생소한듯 멍한 표정을 짓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임. 아카시는 찻잔을 들어 마시는 후리의 팔목을 바라봤음. 하나 더 생긴 끈팔찌. 아카시는 팔을 뻗어 후리의 손목을 훑음. 후리는 아카시의 손길에 멋쩍게 웃음.
이거.
아카시가 시선을 후리의 눈동자로 옮김.
소원이 두개라 하나 더 만들었어.
뭔데.
후리는 눈동자를 굴림.
말해주면 안 이루어진대.
아카시는 고개를 끄덕임.
그렇다면 됐어.
아카시는 손을 거두고 조금 식은 차를 마심. 슬슬 본론을 말할 때가 된 것 같았음. 찻잔을 내려놓고 아카시는 혀를 살짝 굴림. 약간은 어색한 기분에 그랬음. 쿠로코를 통해 알고있었지만 제대로 시작하기 위한 단계.
이름이 뭐야?
아카시의 질문에 후리가 옅게 웃음.
후리하타 코우키야. 넌?
아카시는 순간 뺨에 열이 오르는 것 같았음. 매우 당연하게 제 이름을 말하며 모를리없는 자신의 이름을 묻는 모습이 마치 아카시와 같은 마음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서. 하나로 이어지는 것 같은 느낌에 아카시는 두근거림을 느낌. 그리고 이상하게도 자신의 이름이 아닌양 무척 어눌하게 혀를 놀림. 아카시 세이쥬로, 잘부탁해. 그 후로 아카시의 예상과는 정반대로 대화의 주도권은 후리가 쥐게 됌. 아카시는 끓어오르는 열을 식히기에 급급해서 겨우 대답만 하는 정도였음. 그러다 문득 왜 이런 아이가 괴롭힘을 당하고 있는걸까 궁금해짐. 그래서 아카시는 실례를 무릅쓰고 이지매에 대해 물음. 후리는 당황스러워 하는가 싶더니 느릿하게 띄엄띄엄 중학교 때부터의 얘기를 늘어놓음.
처음엔 그저 약한녀석을 굴복시키려는 괴롭힘으로 시작된 그것은 후리가 학교폭력 신고를 하면서 악의로 변질되었음. 신고가 들어오자 학교는 의례상 가해자의 학부모와 면담을 하고 학부모들은 쉬쉬하며 후리에게 소정의 돈을 쥐어주는걸로 학교 폭력을 일단락 시켰음. 그렇게 사건이 정리되고 후리를 괴롭혔던 애들은 보복심에 더욱 더 심하게 후리를 괴롭힘. 안타까운것은 그런 후리를 보호해주고 학교선생에게 항의를 할 부모가 후리에게는 없었음. 아버지와 이혼한지 오래였고 어머니는 교통사고로 인해 혼수상태에 빠진지 수년이었음.
아카시는 생각보다 깊고 더 얽혀있는 속 얘기에 말없이 차만 마심. 어찌보면 후리가 머릿속에 떠나지않은게 어머니의 사정에 대한 동질감이었는데 지금보니 자신은 동질감을 느끼는 건 건방진 상황이었음. 뽑기가 꽝이 아니라 벌칙이 걸린 상황.
나도 그 끈팔찌 만들어줄래?
후리는 자신의 얘기를 듣고도 한참 말이없던 아카시가 걱정됐던 참이었음. 아무리 어른스럽다해도 학생이 듣기엔 무척 부담스러운 얘기였는데 후리는 그 사정을 생각하지도 않고 다 털어놓은거임. 아카시가 거북스러울까 생각하는중에 저런 질문을 받으니 의아했음. 정확히는 아카시의 의중을 알수없었음.
만들기 어렵나?
아니, 그건 아니지만.
그렇다면 만들어서 우편을 통해 보내줄수 있겠어?
후리는 고개를 끄덕임.
근데, 왜?
아카시는 후리를 보고있던 눈을 내리 깜.
소원이 생겼어.
후리는 아카시의 목소리를 통해 들리는 소원이라는 단어가 무척 간절하게 느껴졌음. 아카시의 소원을 위해서라도 정성껏 만들어야겠다 그렇게 생각함. 두사람은 그 이후에 별 얘기 안하고 헤어짐. 후리는 아카시의 눈동자색에 맞춰 끈팔찌를 보내줬고 몇일후 팔찌를 받았는지 아카시에게 고맙다는 문자가 왔음. 후리는 그 문자에게 조금 머뭇거리다가 답장을 했고 그걸 계기로 두사람은 간간히 문자하며 안부를 묻고 지내는 사이가 됌. 근데 그것외엔 두사람의 생활에 변화는 없었음. 아카시는 여전히 모든것에 완벽했고 후리는 괴롭힘을 당했음. 조금 더 티나지 않는 미묘한 차이가 있다면 아카시는 간간히 후리를 생각했고 후리는 아카시의 존재로 인해 괴롭힘을 좀 더 덤덤하게 받아들일 수 있었음.
그렇게 시간이 지나 본격적으로 여름이 시작되고 인터하이가 개최될 때쯤 후리에게 큰일이 생김. 어머니의 심장박동이 점점 떨어진다는 것. 이상태로는 여름이 가기전에 후리의 어머니는 숨을 거둘거임. 후리는 그 때문에 농구부를 관두고 어머니의 곁에만 붙어있었음. 아카시는 후리의 소식을 듣고 초조해짐. 어머니를 잃는 아픔은 자신도 느꼈던 것이었음. 어렸을적이었지만 그때도 무척이나 아팠는데 지금의 후리는 오죽할까 싶었음. 그리고 인터하이 결승이 있던 날, 후리의 어머니는 결국 숨을 거둠. 아카시는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후리의 문자를 받고 경기가 끝나자마자 뒷정리를 다른 사람들에게 맡기고 급한일이 있다며 자리를 비움. 그때의 그 병실로 향하자 복도에 멍하게 앉아있는 후리가 보임. 아카시가 후리를 조용히 부르자 후리가 천천히 고개를 돌리더니 웃음. 왜 웃는건데. 아카시가 후리에게 다가감. 조금은 화가 났었음. 어머니가 돌아가셨는데 웃을 기분인가? 그랬는데 후리의 손에 들린 끊어진 끈팔찌를 보고 멈칫함.
소원이 뭐였어?
말 끝이 듣기싫게 갈라졌지만 굳이 신경쓰지 않음. 후리는 끈팔찌를 꽉 쥠.
어머니가 돌아가시는 거였어.
그 대답에 아카시가 화를 낼수가 없는건 후리의 표정 때문이었음. 잔뜩 괴로워보이는 얼굴이 거짓말인걸 알려주고 있었기 때문임. 아카시는 이럴때 어찌해야 할지 몰랐음. 그러다 자신의 어머니가 돌아가셨을때 마지막으로 자신을 자상하게 껴안던 아버지가 떠올랐음.
이제는 나뿐이다 세이쥬로.
아카시는 그때의 아버지 말을 떠올리며 후리를 껴안았음.
이제는 나뿐이야 코우키.
말도 안되는 말이었지만 자신이 아는 위로의 말 중 가장 강했기에 그냥 뱉어냄. 아카시의 진심이 닿았는지 후리가 아카시의 어깨에 고개를 묻음. 옷에 묻힘 울음소리가 아카시에게는 선명하게 들렸음. 아카시는 자신이 할수있는 최대한의 정성을 담아 후리를 꽉 안았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