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th and the Compass 01.

2013. 11. 15. 22:41 from KB/DatC (동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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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 세이쥬로. 형사과 강력범죄수사팀, 이면서 대기업 회장의 증손. 왜 이런 일 함까? 안해도 먹고살만하지 않슴까?"

"어디서 얻은 정보인지 모르겠지만 묻는 거에 대답해."

"뭐, 쫓겨났슴까? 왜요? 사고쳤나보죠? 아니면 게이인가?"


덜컹. 의자가 바닥에 끌려서 거슬리는 소리를 낸다. 키세는 자신의 머리색과 같은 아카시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게이라는 말에 민감하다. 이 한문장을 머리속에 담아둔다. 키세는 특유의 길게 뻗는 눈꼬리를 접었다. 아카시는 그의 미소를 얼마간 바라보더니 다시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시선을 살짝 내려 눈 앞의 서류에 굵은 글씨로 쓰여진 글자를 내려다본다. CIC. 국가정보국의 이름 같은 알파벳의 배열은 애석하게도 경찰청이 가장 예의주시하는 범죄조직의 이름이었다. 아카시는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동안 꼬리가 잡히지 않아 전전긍긍 하고 있던 차에 잡힌 관계자이건만 도통 입을 열 생각을 하지 않았다. 오히려 형사들의 뒷조사를 한건지 담당형사마다 사적인 이야기를 꺼내어 당혹스럽게 만들었다.


“이건 어떻게 읽어야 하는거지?”


아카시가 CIC라고 적힌 부분을 손가락으로 툭툭 쳤다. 키세는 흘긋 알파벳을 보더니 고개를 갸웃거렸다. 형사면 머리 좋은거 아님까? 시크라고 읽지않슴까. 아카시는 입꼬리를 올렸다. 우린 따로 떼서 읽는데 말이지. 씨, 아이, 씨라고. 키세의 얼굴에 당황이 스친다. 짧은 순간이었지만 아카시는 미세한 근육의 움직임을 보았다.


“솔직히 말해, 소속되어 있건 아니건 시크랑 밀접한 사이잖아?”

“아님다.”

“거짓말은 그만두도록 해.”

“제가 시크와 관련되어 있다는 증거가 있슴까? 전 그저 정보만 사고 팔 뿐임다. 솔직히 시크는 저도 이름만 들어봤슴다.”


그럼 아는 정보 다 말해봐. 아카시는 산소가 부족한 느낌에 넥타이를 살짝 당겨 느슨하게 만들었다. 키세는 웃음을 터트렸다. 방금 말했잖슴까. 정보는, 사고, 판다. 밑지는 장사 안함다. 형사님께 말했다가 제가 해코지 당하면, 책임 져줄검까? 범죄 피해자 보상 제도가 있어. 잡지도 못하면서 어떻게 지켜줌까? 전 경찰, 국가 그딴거 안 믿어요. 믿었으면 이런 더러운 장사하고 있겠슴까? 아카시는 넥타이를 좀 더 풀었다. 시각적으로도 아카시의 넥타이가 흐트러져 보일 정도로. 키세는 손을 들어 입술을 훑었다. 손목에 찬 수갑이 절그럭거리는 소리를 냈다. 키세는 그게 거슬리는지 혀를 찼다.


“담배가 피고 싶슴다.”

“정보 하나당 담배 한 개피.”

“에이 그런게 어디있슴까. 헐값이잖아요.”


지금 상황에서는 금값이지. 키세는 몸을 축 늘어뜨렸다. 아카시는 그런 무언의 항의를 가볍게 무시했다. 가지런히 올렸던 손을 겹쳐 깍지를 끼고 키세를 바라보았다. 키세는 마음에 안든다는 표정으로 담배라는 단어를 중얼거렸다. 그러다가 큰소리로 담배 달라고 빼액 소리를 지르게도 했다. 아카시는 어린아이의 투정과도 같은 행동에 인상을 썼다. 갑지가 웬 담배인가. 궁지에 몰리기라도 한걸까. 아카시는 깍지 낀 손을 들어 엄지로 미간을 꾹꾹 눌렀다. 그러다 문득 아카시는 작은 사실 하나를 떠올렸다.


“너, 담배 안 피잖아.”


덜컹. 아카시는 고개를 돌렸다. 조사실의 문이 열리고 유니폼을 차려입은 남자가 두사람에게로 다가왔다. 손에는 담배곽이 들려있었다. 아카시는 헛웃음을 뱉어냈다. 이런 새끼를 위해서 담배까지 준비해주나. 너무 시끄러웠던걸까. 인도적인 과정이라는 명목일까. 다시 미간을 누르는데 갑자기 팔목이 잡히더니 엄청난 힘이 아카시의 목덜미를 잡아채어 테이블로 머리를 내리꽂았다. 손 하나는 등 뒤로 둘러져 쓸 수 없는 상태였고 강한 힘이 짓누르는 탓에 아카시는 움직일수가 없었다.


“씨발 뭐야?!!”

“어이쿠, 형사님 욕 안 어울림다.”


키세의 웃음소리가 기분 나쁘게 귓가를 파고들었다. 아카시가 버둥거렸지만 뒤에서 자신을 짓누르는 남자의 힘이 너무나 강해 무용지물이었다. 몇번 쇠가 마찰하는 소리가 나더니 이내 테이블에 쿵하고 떨어진다. 발소리가 들리고 길게 뻗은 눈꼬리가 아카시의 시야에 들어온다.


“그러게 담배 달라니까”


그 말이 끝나자 싸구려 재질의 천이 아카시의 숨을 틀어막는다. 아카시는 고개를 휘저으며 반항했지만 키세가 머리채를 틀어잡고 그의 머리를 고정시킨 탓에 그마저도 할 수가 없었다. 천은 축축했고 고약한 냄새가 났다. 아카시는 그 냄새가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이내 눈 앞이 까맣게 변하며 아카시는 정신을 잃었다.




Posted by DA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