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님. ..ㄴ님. 도련님! 멍하게 있던 도피가 정신을 차린다. 고개를 드니 모네가 의아한 표정으로 쳐다본다. 어, 왜. 여기 부탁하선 커피요. 고마워. 커피를 받아들어 한모금 마신다. 그리고 다시 멍. 결국 모네가 도피의 어깨를 흔든다. 



"무슨일 있으세요?"



도피가 고개를 젓는다. 아무것도 아니야.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2층으로 올라간다. 도피는 2층의 소파에 몸을 늘어지듯이 눕혔다. 로우와 사귄지 어느새 1년이 다 되어간다. 로우는 이제 4학년 -본과- 이었고 작년 2학기부터 임상실습을 시작했다. 실습을 다니는 대학병원은 도피의 집과 더 가까워 로우는 자취집을 처분하고 도피의 집에 들어와 살았다. 대부분을 같은 침대에서 잤지만 방은 따로 있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였다. 1년이 다 되어가는데 같은 침대에서 자는데 왜 몸은 아직까지 섞지 못했는가. 도피는 자신의 이미지를 다정한 연상애인으로 잡은것을 후회했다. 로우도 자신이 마냥 다정하지 않다는 것은 알았지만 그래도 다정함이 더 크다고 믿는듯했다. 사냥을 하려면 지금이 기회임에도 이 점이 도피의 발목을 잡았다. 도피는 이를 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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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우 오늘 회식있는 거 알지?"


"필수야?"


"응. 쿠레하 교수님이 넌 특히 필수로 참여하래"



로우는 이마를 짚었다. 닥터 쿠레하. 그녀는 임상실습을 시작하는 당일날 PK들을 들쑤시면서 자신을 찾아다녔었다. 덜컥 제 앞에 나타나서는 깐깐해보이는 할망구가 '네가 히루루크가 말한 건방진 녀석이냐?'라고 물었었다. 그렇게 임상실습 첫날 자신을 ER로 스카우트 한 교수. 4학년이 되면서 ER공부랍시고 일과 종료후에도 병원에 남아 공부하게 한 닥터. 졸업하고 국고시를 합격하면 절대로 ER에 오게 만들어주겠다던 어제의 말이 이런거였나. 분명 회식자리에서 교수님과 조교들 앞에서 졸업하면 자기가 데려간다고 큰소리칠테지. 교수는 알고있을까, 자신의 논문 하나로 로우의 몸에 문신이 새겨진것을. 

처음 온 회식은 예상대로 시끄러웠고 번잡했고 숨이 막혔다. 구석에서 이제는 입에 맞지않는 소주만 마시는데 쿠레하의 목소리가 들린다. 로우 이쪽으로 와봐라. 로우는 어기적거리면서 일어났다. 닥터랑 친구 아니랄까봐 재수없게, 챙기는 모양새가 똑같다. 쿠레하 교수의 옆에 앉아 교수들에게 작게 고개 숙여 인사했다. 이녀석 내가 ER로 데려간다. 쿠레하의 말에 다른 교수들이 웅성인다. 과수석 데려가려는건 무슨 심보인가. 기억으로는 외과의쪽이었던 교수가 쿠레하에게 쏘아붙인다. 쿠레하가 술 한모금 마시더니 로우의 손을 들어올려 그들의 눈 앞에 들이댄다. 다시한번 말하지, 내가 데려간다. 교수들이 전부 놀라서 로우를 바라본다. 의대생이 손에 그런 문신이라니 무슨 정신머리인지. 그들의 말에 쿠레하가 호쾌하게 웃는다. 히루루크놈이 장난친거야. 닥터의 이름이 나오자마자 이해가 간다는듯 고개를 끄덕인다. 어마어마한 악동이었군, 닥터. 로우는 다시 꾸벅인사를 하고 자리에 일어났다. 계속 거기에 있었다간 술로 체할 것 같았다.






*

도피는 거실 소파에서 무료하게 채널을 돌리고 있었다. 원래 이 시간에는 로우와 함께 했었는데 오늘은 회식이라며 지금까지 집에 들어오지 않았다. 티비에는 딱히 재미있어 보이는 프로그램이 없었다. 결국 영화채널에서 멈춘다. 오래전에 흥행했었던 반전영화였다. 절름발이가 범인라던 영화. 시선은 티비에 두고 어떻게하면 로우를 깔 수 있을까 고민한다. 술을 먹이려해도 요새 실습 때문에 피곤하다고 술도 취하지 않을 만큼만 마신다. 도피는 한숨을 쉬었다. 티비를 끌까 고민하는 중 오토락이 풀리는 소리가 들린다. 드디어 왔군. 신발을 벗는 소리가 들린다. 발걸음 소리가 평소와 다르게 질질 끌린다. 무슨일있나 몸을 일으키려는데 무거운것이 도피를 덮친다.



"윽. 술냄새"


"많이나?"



도피 위에 엎어져있던 로우가 몸을 일으켜 앉는다. 그러더니 옷을 끌어올려 냄새를 맡는다. 도피는 자신의 배 위에 앉아 가슴이 보일정도로 옷을 끌어올린 로우를 보며 아찔함을 느꼈다. 지금이 기회라는 것 또한 느꼈다. 도피가 몸을 일으켜 로우와 눈을 맞춘다. 술 많이 마셨어? 응. 도피가 은근슬쩍 끈적하게 로우의 등을 쓰다듬는다. 로우가 기분좋은 소리를 내더니 도피를 붙잡는다. 키스해줘. 싫어, 술냄새나잖아. 도피의 말에 로우가 인상을 쓰더니 도피의 뺨을 잡고 입을 맞춘다. 말캉한 혀로 도피의 아랫입술을 훑지만 도피는 입술을 벌리지 않는다. 대신 로우의 허벅지를 살살 만질뿐.



"나랑 키스하기 싫어?"


"아니"


"그럼 입벌려"



다시 입을 맞춘다. 이번에는 입술을 벌려주자 입안으로 침범해 헤집어 놓는다. 술은 적극적인 로우을 볼수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다. 도피는 아래에 느껴지는 흥분감에 웃었다. 입술을 떼고 로우의 손목을 잡아 손목안쪽을 핥자 로우의 몸이 움찔거리는게 느껴진다.



"으.. 이상한 기분"



로우는 몸이 뜨거워지는 기분에 정신이 몽롱했다. 분명 성적인 흥분감인듯 한데 이런 끈적한 스킨쉽은 거의 6년만이었고 그마저도 6년전 연애에서 잘 한적이 없었다. 성관계의 횟수는 한손으로 꼽을 수 있었고. 생소한 느낌에 로우가 안절부절한다. 그럴수록 도피의 애무가 더 짙어진다.



"도피 잠깐만.. 흐...으.... 아아"



로우의 반응에 도피는 황홀감을 맛본다. 경험이 별로 없는 아이를 잡아먹는 것은 엄청난 흥분을 불러일으켰다. 새끼영양의 육질이 더 부드럽고 맛있듯이. 도피가 로우의 목덜미를 물자 신음이 터져나온다. 언뜻 느껴지는 로우의 아래 또한 흥분해있었다. 입술을 옮겨 쇄골에 깊게 묻는다. 붉은 자국을 만들고 티셔츠 안에 손을 집어넣어 허리를 쓰다듬는다. 로우의 무게가 도피에게 쏠린다. 갑작스럽게 기대어오는 로우가 의아해 일으키자 잠에 들어있다. 허탈함에 흥분이 싹 가신다. 로우의 술버릇의 끝은 잠에 드는거였다. 그걸 기억해내고 도피가 한숨을 쉰다. 자는 놈을 덮치는건 이미 죽어있는 동물을 사냥하는 기분이라 체념하고 로우를 안아 든다. 침대에 눕히고 옷을 갈아입혀주고 방을 나온다. 또 다시 한숨이 나온다.







*

키드는 정말 오랜만에 마주한 자신의 친구를 바라보았다. 어디서 산건지 야한책들 -밤기술, 테크닉 같은 내용을 담은 것- 을 자신의 자취방에 잔뜩 늘어놓고 읽는 꼬락서니가 한심하다. 근데 왜 굳이 이걸 여기와서 보는거야. 키드의 질문에 로우가 눈빛만 한번 주더니 다시 책을 읽는다. 집중한 모습이다.



"재밌냐"


"아니"


"근데 왜 봐"


"자존심 상해서"



얼마나 멍청해야 이 본능적인 행위를 책으로 배운다는 생각을 할까. 대충 로우의 행동으로 '로우가 애인과 한번 뒹굴뻔했는데 좌절되었고 그 이유가 로우의 무지에 대한 부끄러움' 까지 추측한 키드가 혀를 찼다. 이런건 원래 경험으로 터득해야하는 것이었다. 그러다보니 한쪽이 무지한건 당연한거였고. 완벽을 추구하는 로우의 모습은 이럴땐 참 미련해보였다.



"야. 나이가 사십인데 존나 잘하겠지. 리드 해달라그래"


"그럼 내가 아래잖아"



뭐? 키드가 인상을 잔뜩 찡그린다. 야 넌 그 체구 위에서 하고싶냐? 체구가 무슨 상관이야. 키드는 입을 다물었다. 웬만하면 상관없긴 하지만 도피는 평균치고도 꽤 큰 키와 체구를 가졌다. 그 체구와 로우를 비교하면 상관있어도 너무 있었다. 키드는 머나먼 과거인 로우의 전애인을 떠올렸다. 분명히 연상의 회사원이었다. 키는 로우보다 컸고 -그 때 로우는 지금보다 키가 작았다- 체구는 말라서 그리 크지 않았던 걸로 기억했다. 로우의 첫관계였기도하고. 잠깐.



"너 전애인이랑 할 때도 위였냐?"


"물론"



키드의 얼굴이 경악으로 물든다. 상상해버렸어. 머리를 쥐어뜯는 키드를 로우가 슬쩍본다. 미친놈. 혀를 차더니 읽고 있던 책을 덮고 다른 책을 집어 읽는다. 키드는 어느정도 정리가 되었는지 몇번 숨을 몰아쉬고 입을 연다. 전애인은 그렇다쳐도 이번은 안돼. 왜? 그냥 느낌이 그래. 뭐야.






*

"조커 표정이 안 좋네요"



한참 문신을 새기고 있는데 손님이 말을 건다. 그러냐. 무심하게 내뱉고 다시 문신을 새기는데 잡념이 머릿속에 비집고 들어온다. 로우. 그 두글자에 결국 손을 멈추고 숨을 깊에 들이마시고 내쉰다. 오늘은 여기까지 할까요? 손님의 말에 도피가 고개를 젓는다. 오늘이면 다 끝날 일 질질 끌고싶지 않아. 다시 손을 움직였다. 

겨우 손님 하나를 끝내고 다음 손님과 문신할 문양을 상담하던 중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이 손님만 끝나면 닫으려고 했는데. 도피가 혀를 찼다.



"어머 로우. 간만에 어쩐일이에요?"


"도피랑 같이 집에 들어가려고요"



멀리서 들리는 목소리에 도피가 고개를 돌린다. 홀 입구에 로우가 서있다. 2층에서 기다릴께. 도피가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손님을 바라본다. 

2층으로 올라온 로우는 자연스럽게 도피의 서재를 훑었다. 책 하나를 꺼내 와 소파에 앉았다. 책을 읽으려는데 잡념이 들어 책이 안 읽힌다. 일찍 마쳐 집으로 가도 될 것을 굳이 가게를 온 이유는 결론을 내야한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위아래에 대한 승부를.

상담을 마치고 모네를 먼저 보냈다. 내가 정리할께. 모네가 나가고 가게에 CLOSE 팻말을 달았다. 도피는 로우 때문에 화가 나 미칠것같았다. 자꾸만 생각나는 몇일전의 일 때문에 집중이 되지 않았다. 한숨을 쉬었다. 도피가 2층으로 올라갔을 때 로우는 책을 읽고 있었다. 로우의 옆에 앉자 로우가 책을 덮는다.



"왠일로 일찍 마쳤네"


"응. 교수가 개인적인 일 있다고 ER교육 빼줬어"



로우가 몸을 일으켰다. 이제 집에 가자. 도피도 자리에서 일어난다. 로우가 계단으로 다 왔을때 등 뒤의 손이 계단으로 이어진 곳의 문을 닫아버린다. 도피의 장난이라 생각한 로우가 뒤를 돌아보려하는데 도피가 로우를 문으로 밀어붙인다. 뭐하는거야! 다급한 로우의 목소리에도 아랑곳 않고 도피가 웃는다. 귓가에서 들리는 웃음소리에 로우의 몸이 떨린다. 그의 뜨거운 손이 옷 안으로 들어와 로우의 허리를 쓰다듬는다. 몇일전보다 더 노골적인 손짓에 불안감이 엄습한다.



"나도 많이 참았어. 로우"



그의 목소리가 소름끼쳤다.







Posted by DA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