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시님 (@lucyinda221b) 과 함께하는 연성 교환 릴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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잭 프로스트. 히컵은 그 이름을 조용히 읊었다. 그는 슬리데린이었고, 꽤 고결한 가문이었으며, 얼음 왕자님이라고 불릴 정도로 얼음 계열의 마법을 잘 썼다. ‘핏줄’이었다. 히컵과 그의 공통점이라면 단 하나 ‘같은 학년’뿐이었다. 그런 사이인 히컵이 왜 잭 프로스트의 이름을 읊고 있냐면 현재 자신이 처한 상황 때문이었다.


“너, 그거 교칙 위반이야.”


히컵은 마른침을 삼키며 한쪽 입꼬리만 올린채 자신을 보는 미남자를 바라보았다. 그는 점점 자신의 쪽으로 다가오고 있었고 히컵은 점점 물러나고 있었다. 하지만 그 마저도 등에서 느껴지는 딱딱한 존재에 저지 당했지만. 쉬! 투슬리스 도망쳐야지 뭐해! 잭은 한걸음까지 다가와서 히컵 뒤에 존재하는 검은 생명체를 흥미롭게 쳐다보았다. 이거 진짜 드래곤이야? 잭이 투슬리스를 향해 손을 뻗으려하자 급하게 히컵이 그의 손을 잡았다.


“워워워- 위험해, 물릴 수도 있으니까 안 만지는 걸 추천할게.”

“그러는 넌 어떻게 만지지?”


등 뒤로 식은땀이 흘렀다. 내가 주인이라서? 이렇게 말했다간 투슬리스가 토라질 게 분명했다. 히컵은 입 안에서 혀를 굴리다가 겨우 한마디를 내뱉었다. 친구니까. 투슬리스가 마음에 드는듯 갸르릉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히컵의 목덜미에 머리를 부비적거렸다. 히컵은 안도의 숨을 내쉬며 투슬리스의 목덜미를 쓰다듬었다. 응 그치, 우리 친구지. 잭은 그 모습을 아니꼬운듯이 보며 인상을 썼다. 나도 투슬리스와 친구가 되면 만질 수 있는건가? 히컵은 애매한 표정을 지었다. 음, 투슬리스는 나랑 친한 사람 아니면 다 낯을 가려서. 사실 히컵 외에는 모두에게 그러했지만 히컵은 차마 콧대높은 저 왕자에게 ‘넌 안돼’라고 말할수는 없었다.


“그래? 그럼 잘 부탁해.”


잭은 히컵에게 손을 내밀었다. 이름이? 히컵은 머뭇머뭇 그의 손을 잡으며 말했다. 히컵 호렌더스 해덕이야. 해덕? 특이한 성이네. 히컵도 특이한 이름이고. 히컵은 그의 얘기에 한껏 의기소침해져서는 말했다. 바이킹이야, 보다싶이 바이킹 같지 않아서 지어진 이름이고. 잭은 바이킹이라는 말에 짧게 웃음을 뱉었다. 바이킹 마법사? 들어본 적도 없어. 히컵은 한숨을 쉬었다. 어, 나도. 히컵의 반응에 잭이 눈썹을 한번 꿈틀거리더니 그의 어깨에 팔을 올렸다. 사정이 있구나? 히컵은 그의 팔을 치워냈다. 응, 내 ‘개인’사정이지. 잭은 흥미로운 듯 히컵 주위를 멤돌았다. 뭔데 말해봐. 히컵은 탐탁치 않은 표정으로 잭을 바라보았다. 내가 왜? 잭은 아주 당연한 얘기를 물어본다는듯 어깨를 으쓱였다.


“친구잖아.”


우리가 언제부터 친구였니. 히컵은 내뱉지 못한 말을 다시 속으로 눌러담았다.




바이킹 중에서 마법사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하지만 바이킹들에게 마법은 수치였다. 그렇기에 히컵은 수치 중의 수치였다. 그는 바이킹이라고 하기엔 덩치가 작고 힘이 없었다. 그런데다가 날라온 마법학교 입학 통지서. 바이킹들은 그러면 그렇지라는 시선을 그에게 보냈다. 사실 히컵은 마법에 전혀 관심이 없었다. 그저 그 시선에 도망치고싶어 족장인 아버지의 만류에도 이렇게 학교에 입학하게 된 것인다. 첫 1학년은 도저히 적성에 맞지 않아서 자주 겉돌았다. 그러다 비밀의 숲에서 상처입은 투슬리스를 만났고 공학에 뛰어난 재능이 있었던 히컵은 투슬리스의 상처를 돌보고 그의 뜯어진 한쪽 꼬리 날개를 대신할 것을 만들었다. 그 이후로 히컵의 생활은 투슬리스와 함께 평탄했다.


여기까지 들은 잭은 무척이나 감명 깊은 얼굴로 히컵을 바라보았다. 힘든 삶이었구나. 히컵은 동정은 됐으니 시선을 거둬달라 부탁했으나 잭은 듣지 않았다. 사실 그의 얼굴은 동정보다는 흥미로 가득차있었고 히컵은 그 시선 또한 부담스러웠다. 뭐가 재미있는거야? 잭은 어깨를 으쓱거렸다. 온실 속의 화초는 야생초가 대단해보이거든. 히컵은 인상을 썼다. 그러니까 니가 온실속의 화초고 내가 야생초야? 아니야? 잭의 장난기 가득한 얼굴에 히컵은 한숨을 쉬었다. 그래.


“걱정마, 친구. 본디 야생의 것이 가장 아름다운 법이야.”


그러니까 우리가 언제 친구였다고. 히컵은 영혼없이 감사인사를 했다. 잭이 재미있다는듯 소리내서 웃더니 나란히 앉아있던 히컵의 어깨에 팔을 둘렀다. 와, 너 꽤 마음에 드는구나. 난 니가 꽤 촐싹거려서 지치는구나. 히컵의 말에 잭이 더 크게 웃었다. 잘 지내보자, 히컵. 히컵이 고개를 끄덕이려는 찰나 뺨에 약간 미적지근한 느낌이 스쳤다.


“방금 뭐야??!”

“애정의 표시. 다음에 봐, 히컵!”


순식간에 잭은 사라졌고 히컵은 기습적으로 입술과 마찰한 자신의 뺨을 감싸쥐었다. 쟤네는 원래 저러나? 히컵의 질문에 투슬리스는 고개를 갸웃거리며 날개를 펄럭였다.




Posted by DA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