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루시님 (@lucyinda221b) 영업을 위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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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맛이 혀 끝에 감돌았다. 어제 저녁부터 짙은 화장품의 냄새가 역겹게 느껴지더니 결국 탈이 났다. 콜린은 엄지로 거친 입술을 훑었다. 극장 안의 갑갑한 공기에 토기가 올라왔으나 아직 막은 오르지 않았고 오늘의 배우는 자신이었다. 결국 혀로 입술을 축이고 눈을 꾹 감는다. 물 조차도 넘어가지 않았다. 사실 무엇이 문제인지 몰랐다. 하루동안 먹은거라곤 물 몇모금과 비스킷 네조각이었다. 속이 매스꺼웠고 머리가 깨질듯 아팠다. 조금 누워있을까 싶어 자리를 찾기 위해 눈을 뜨자 분장을 하고있던 벤과 눈이 마주쳤다.


“어디 아파?”


콜린은 고개를 저을까하다가 끄덕였다. 그에 벤이 슬쩍 손짓을 해 분장을 해주던 사람에게 양해를 구하고 콜린에게로 다가왔다. 열이 있나. 벤의 차가운 손이 콜린의 이마를 감싼다. 콜린의 긴 속눈썹이 몇차례 흔들리더니 이내 정지한다. 꾹 감긴 눈 앞의 어둠과 이마의 차가운 손이 조금은 편하게 느껴질 즈음 벤의 손이 떨어졌다.


“열은 없는데. 오늘 무대 좀 힘들까?”

“할 수 있어요.”


잔뜩 갈라진 목소리가 나오자 벤의 미간이 살짝 구겨졌다. 목소리가 영 아닌데. 콜린은 고개를 저었다. 물을 안 마셔서 그래요. 그 말에 벤은 콜린의 어깨를 꾹 누르며 ‘쉬고 있어 내가 가져올게.’라고 말했다. 콜린은 굳이 사양할 필요는 없을 듯 하여 그 자리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콜린은 일단 이 연극에서는 어린편이었다. 그렇다고 어리광만 부릴 수는 없는게 콜린보다 두 살 어린 배우까지 있었다. 콜린은 나이보다 훨씬 의젓하게 무대에 임했다. 나이에 비해 연기생활을 오래했던 것도 있었지만 묘한 책임감이었다. 벤은 콜린과 비슷한 나이대 같아 보였지만 그와는 6살이나 차이가 났다. 그럼에도 친구같이 지냈고 콜린은 벤을 괜찮은 사람이라고 생각했다. 친구같은 사람, 친근한 사람. 근데 오늘 또 하나 더 늘었다. 챙길 땐 챙겨주는 사람.


“자, 마셔.”


눈 앞에 불쑥 나타난 생수병에 콜린는 생각의 파편에서 현실로 돌아왔다. 특유의 미소를 지으며 고맙다고 말하자 벤이 어깨를 으쓱거렸다. 공연에 지장이 가면 안되니까. 그렇게 말하면서도 콜린의 안색이 나아진 것에 그는 묘하게 기뻐하고 있었다. 콜린을 생수병 뚜껑을 열며 문득 떠오른 것에 조금 바보같은 탄성을 뱉었다. 그에 다시 분장을 하던 벤이 돌아보았다.


“왜?”

“아니에요.”


두통은 어느새 멎어있었다.




Posted by DA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