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희림님 (@soar0627) 이 주신 글에 대한 답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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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카시는 옆을 바라보았다. 그 곳엔 후리하타가 귀에 이어폰을 꽂은채 고개를 까딱이고 있었다. 아카시의 시선을 눈치채지 못했는지 후리하타는 입술을 오물거리며 노래를 불렀다. 목소리는 들리지 않았지만 소년의 입은 분명 노래하고 있었다. 아카시는 잠시간 그 입술을 보다가 시선을 돌렸다.


후리하타는 고개를 들었다. 사선으로 아카시의 발 끝이 보였다. 분명 두사람은 교정 뒤뜰의 큰 벚나무에 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그것을 구경하기 위해 이곳으로 왔던 터였다. 어느새 두사람은 나무의 기둥에 등을 기대고 부드러운 잔디에 자리를 잡은 채로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사실 두사람이 동시에 이 곳에 온 것은 아니었다. 후리하타는 아침 실내화를 신다가 ‘점심시간에 뒤뜰에 핀 벚꽃 보러가자.’라는 아카시의 쪽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점심시간에 뒤뜰에 먼저 도착한 것은 후리하타였다. 그는 벚나무에 자리 잡고 앉아 가져온 mp3를 꺼내어 이어폰을 귀에 꽂았다. 그리고 세 번째 노래가 흐를 쯤 아카시가 도시락을 가지고 와 후리하타의 옆에 앉았다.


그리고 여기까지 왔다. 도시락은 먹지 않았다. 아카시는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고 있었고 후리하타는 노래를 들었다. 그러나 두사람 다 먼저 말을 걸 생각은 하지 않았다. 아카시는 떨어지는 꽃잎을 바라보았다. 그러다가 손을 하늘로 쭉 뻗어 떨어지는 꽃잎 중 하나를 잡았다. 그제서야 후리하타가 아카시를 바라보더니 이어폰을 뺐다.


“잡았어?”


아카시는 말없이 웃으며 손을 펼쳤다. 놓쳤어. 후리하타가 탄식의 소리를 뱉으며 이어폰을 정리하고 몸을 살짝 틀었다. 아쉽네. 아카시는 어깨를 으쓱거리며 도시락을 풀었다. 점심시간 얼마나 남았지? 별로 안 남았어. 얼른 먹어야겠네. 5교시는 빠질거야. 왜? 아파.


후리하타의 말에 아카시가 젓가락을 내려놓고 후리하타의 이마에 손을 얹었다. 열이 있네. 응, 봄이라고 무턱대고 얇게 있었나봐. 아카시는 눈을 깜빡이다 교실의 자기 의자에 곱게 놓여져있을 목도리를 떠올렸다. 목도리 하고 다녀. 후리하타는 고개를 끄덕이고 도시락에서 반찬 하나를 집어들었다. 나도 아프다고 해야겠다. 너가 빠지면 나 보충은 누가해줘. 아카시는 후리하타의 입에 소시지 하나를 밀어넣으며 말했다. 어련히 알아서 해줄테니까 잔말말고 먹어. 소시지를 오물거리며 씹던 입술이 손에 의해서 가린다. 후리하타의 눈꼬리는 호선을 만들었다.


“도시락 맛있다.”

“누가 만든건데.”

“음, 너가?”

“아니. 우리엄마.”


웃음소리가 들렸다. 난 니가 만들었나 해서 괜히 설렜잖아. 아카시가 그런걸로 설레냐며 후리하타의 머리를 쓰다듬더니 다 먹은 수저를 정리한다. 조금만 쉬었다가 양호실 가자. 응. 다시 아까처럼 나무 기둥에 등을 기댄 두 사람이 꽃잎이 수북하게 쌓인 뜰 한켠을 바라보았다.


“안돼.”

“나 아무말도 안했어.”

“머리 속 소리가 들렸어.”


후리하타가 혀를 찬다. 들켰네. 아카시는 대답 대신 후리하타의 손을 잡았다. 후리하타는 그에 아카시의 손을 깍지 켜 다시 잡았다. 아카시가 눈을 깜빡이더니 후리하타를 바라보았다. 들어갈까? 후리하타는 고민하는듯 아랫입술을 꾹 물더니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아카시가 일어나자 후리하타가 느릿하게 몸을 일으켰다. 후리하타가 아카시를 보더니 아카시의 머리며 어깨에 떨어진 꽃잎을 털어낸다. 아카시 또한 후리하타 옷의 꽃잎을 떼어주다 머리카락에 아슬아슬하게 걸린 한 장을 떼어 후리하타의 입술에 엄지로 꾹 눌렀다. 후리하타가 아카시를 바라보려했지만 그의 얼굴로 인해 시야가 가려 불가능했다. 후리하타는 부드러운 꽃잎의 느낌과 따뜻한 아카시의 온기를 느끼며 눈을 깜빡였다. 입술이 떨어지자 꽃잎 또한 함께 떨어졌다. 


“밥 먹고 뽀뽀하면 좀 그렇잖아.”


아카시가 멋쩍은 듯 볼을 긁더니 웃으며 후리하타의 팔을 잡아끌었다. 그 때까지 멍하게 있던 후리하타는 그제서야 뺨을 붉히며 고개를 숙였다. 


“어, 그렇지.”




Posted by DA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