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 believe there is another world waiting for us. the better world. And I will waiting for you the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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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이쥬로. 지금 네가 이 글을 읽고 있을 때는 너의 현실이 어떻지 모르겠어. 

확실한 건 너는 이 글을 보면서 눈물을 흘리고 있겠지. 네가 잘 울지 않는다

는 걸 알지만 이번에는 네가 울거라는 걸 확실할 수 있어. 이 글을 쓰면서 

나는 아득히 먼 옛날, 우리가 처음 만났을 때를 떠올리고 있어. 고등학생 때

였나?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아. 나는 처음 널 보며 충격에 빠졌었지. 조금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생각도 했었어. 근데 사실 이 기억이 맞는 건지도 확

신 할 수가 없다. 대충 내가 부랴부랴 챙겨왔던 일기장과 네 편지를 뒤져서 

기억 해냈거든. 사실 네 편지를 보면서 조금 울긴 했어. 아차, 서론이 길어

졌네. 세이쥬로 내가 이런 길을 선택했다고 너무 원망하지 말아. 내가 언제

나 말했던 우리의 삶은 다양한 관계로 이어져 있다는 얘기 기억나? 그 다양

한 관계 중에서 너와 나의 관계는 그 무엇보다 끈끈하다고 믿어. 나는 그 사

실을 의심하지않아. 그렇기에 나는 너와 다시 만날 수 있을거라고 확신해. 

세이쥬로, 죽음은 단지 문일 뿐이야. 문을 열면 또 다른 세상이 펼쳐져 있을

거야. 그 문 뒤에 내가 있을게. 언제나 네가 날 기다렸으니까. 그렇다고 바로 

날 따라오지는 말아. 나는 수많은 관계를 맺었지만 넌 이제 맺고 있잖아. 그

렇게 된다면 네가 연 문에 내가 없을지도 몰라. 그러니까 좀 더 많은 관계를 

맺고 만나자. 네가 문을 열면 네가 좋아하는 얼굴로 환하게 웃으며 널 맞아

줄게. 그러니까 너무 슬퍼말아. 난 우리를 기다리는 더 나은 세계가 있다고 

믿어, 세이쥬로. 더 나은 세상. 거기서 널 기다릴게. 사랑해 세이쥬로.


코우키가, 사랑해 마지 않는 세이쥬로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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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우키는 권총으로 자살했다. 나는 호텔방에 있던 코우키의 유품들을 뒤적이다가 그 편지를 발견했다. 그리고 당연하게도 나는 눈물을 흘렸다. 수년을 같이 지낸 만큼 그는 날 너무 잘 알았다. 코우키의 핏자국이 늘러붙은 총을 만지작거렸다가 그의 만류에 실소를 터트렸다. 온몸을 까발려진 기분에 나는 눈가를 꾹꾹 눌렀다. 다시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나는 그의 말대로 눈물이 잘 없는 사람이었다. 하지만 코우키를 만나면서 그런 건 사라졌다. 코우키의 옆에서 울기도 하고 웃기도 하고 화내기도 했다. 그는 나에게 많을 것을 가르쳐 주었지만 나는 사실 그에게 해줄 수 있는 게 없었다. 집안의 반대에 치이다 코우키는 전재산과 집도 잃고 이렇게 호텔로 도망쳐야 했으니까. 나는 참았던 눈물을 터트렸다. '기다린다' 그 얼마나 설레면서 애달픈 말인가. 다 읽은 편지를 곱게 접고 나는 두 손에 고개를 묻었다. 당장이라도 그를 따라가고 싶은 마음을 억누르며 나를 진정시켰다. 내가 무엇을 해야 그의 곁으로 갈 수 있을까. 나는 문을 열고 그 너머에 있는 코우키를 떠올렸다. 해맑게 웃으며 나에게 팔을 벌려주는 코우키. 코우키를 만나기 위해서라면 나는 좀 더 살아야했다. 나는 고개를 들었다. 눈물은 멈추고 코우키의 유품을 챙겨 그가 묵었던 호텔방을 빠져나왔다. 나는 그의 유품을 집안 금고에 넣어두며 기도하듯 읊조렸다.


오래 기다리게 하지 않을게. 사랑해 코우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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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DAJ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