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뜨거운 손이 허리를 훑고 엉덩이를 틀어쥔다. 탄성같이 신음이 터진다. 부드러운 혀가 귓바퀴를 핥는다. 입 안에서 절로 교성이 나온다. 손을 들어 남자의 머리칼을 쓰다듬는다. 손가락 사이로 금색의 머리카락이 스친다. 로우. 그 목소리에 고개를 들어 자신의 위에 자리한 사람의 얼굴을 바라본다. 로우가 웃는다. 도플라밍고.




"허억-"




벌떡 몸을 일으켰다. 주변을 둘러보니 책으로 둘러쌓인 자신의 방이었다. 로우는 이마를 짚었다. 침대에서 나와 욕실로 들어갔다. 옷을 벗고 샤워기의 차가운 물을 틀었다. 몸의 열이 쉽게 내려가지 않는다. 결국 로우는 자신의 것을 쥐고 흔든다.




"아흣.. 큭.... 흐..."




꿈 속의 장면들이 영화를 보듯 선명하게 머릿속을 헤집는다. 여전히 그 뜨거운 손길이 제 몸을 훑는 것 같아 찬물에도 더욱 더 흥분이 된다. 혀를 빼내어 입술을 핥았다. 꿈이 선명해지면 선명해질수록 손짓도 빨라진다. 하아... 도플라밍고.. 읏... 아아...! 머릿속이 하얗게 변한다. 손에 끈적한 것들이 묻었다가 찬물에 씻겨져 나간다. 로우는 씻겨져 나간 손을 보다가 얼굴을 감쌌다. 그 때다. 그 때부터다. 빌어먹을 블라인드를 했던 그 날부터 내 몸이 이상했졌다. 로우는 자괴감에 빠져 몸을 웅크렸다.








*


"새로운 선생님?"




로우는 정갈하게 앉아있는 금발의 꼬마를 바라보았다. 특이한 머리스타일. 열살도 안된 아이가 벌써 취향이란게 있나. 로우는 그렇게 생각하며 그의 맞은편에 앉았다. 트라팔가 로우다. 마르코입니다. 작은 손을 내민다. 로우가 짧게 웃는다, 아이의 악수에 응하자 아이가 웃는다. 첫번째는 합격. 마르코는 이제 턱을 괴고 로우를 바라보았다. 뭘 가르쳐주실건가요? 뭘 배우고싶은데? 마르코가 아까보다 더 환하게 웃는다. 두번째도 합격. 로우는 이제 슬슬 아이의 시험같지 않은 시험에 흥미를 느끼고있었다. 그거 문신들은 왜 한거에요? 이 때까지 봤던 선생들 중에서 제일 불량해보이는데 믿을만한건가요? 로우가 손을 들어 문신들을 바라보았다. 너는 어떤걸로 스트레스를 풀어? 로우의 질문에 마르코가 고민하는듯 눈을 굴린다. 선생님들 놀리는거요. 똑같아, 나도 문신하면 그런 기분을 느껴. 그리고 나는 불량해보이니까 못가르칠거라는 편견 가진 녀석 가르치고 싶지 않아. 나도 아쉬울건 없어. 마르코는 이제 소리내서 웃었다. 완벽해! 




"다시한번 인사드릴께요. 마르코입니다, 잘부탁드려요 트라팔가 선생님"


"로우라고 불러. 나도 잘 부탁한다"




어느정도 이야기를 나누고 난 다음부터 마르코는 잔뜩 풀어졌다. 자세나 분위기도 그랬지만 무엇보다 말투가 가장 풀어졌다. 처음 마르코의 말투를 듣고 로우는 잔뜩 비웃었다. 새파랗게 어린 아이가 영감님 말투를 썼기 때문이다. 어디서 배웠냐고 물었을 때 마르코는 모른다고 답했다. 마르코는 이때까지의 권위적이고 재수없던 가정교사들에 대한 이야기를 해주었다. 로우는 영리하게 사람을 가려내는 그 일화가 재미있다고 느꼈다.




"의사였다구요이?"


"응. 관두고 지금은 의학서적 번역하고있어"


"와- 머리 진짜 좋은가보구마이"




로우는 조심스럽게 손을 들어 살랑거리는 마르코의 머리를 만졌다. 도피와는 또 다른 금발. 그 생각에 로우가 화들짝 놀라 손을 뗀다. 마르코가 고개를 들더니 머리카락을 만지작거린다. 머리 특이하지요이? 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나저나 저는 무역에 대해서 배우고싶어요이! 기본과목이나 다 떼. 마르코가 울상이 된다. 국어는 싫은데. 그 말에 로우가 크게 웃는다. 나도 국어 싫어했어. 







*


로우는 간만에 도피의 침대에 엎드려 책을 읽고 있었다. 마르코에게 기본 과목만 가르치면 될 일이었지만 무역쪽에 관심이 많다해서 그에 관련된 책을 사왔다. 침대의 이불에 뺨을 부비자 그 때의 좋은 냄새가 난다. 금방 취해버릴 것 같은 달큰한 냄새. 고개를 들고 다시 책을 읽는다. 관심을 가져본적도 없는 분야인지라 책 읽는 속도가 더디다. 원래 즐겨보던 책들이라면 반 정도 읽었을텐데 지금은 삼분의일 정도를 겨우 읽었다. 피로해지는 눈에 로우가 눈가를 꾹꾹 누른다.




"이런 책 읽을 필요없어. 성공사례가 바로 옆에 있잖아"




어느새 집에 온 도피가 침대에 걸터 앉았다. 어느순간부터 로우는 도피가 침대에 걸터앉는 것까지는 허용해주었다. 로우는 도피를 바라봤다가 책의 표지를 다시 보았다. 무역쪽도 알아? 도피가 웃었다. 난 무역으로 시작했다고. 로우가 엎드려있던 몸을 일으켰다. 읽던 책은 침대 밑으로 던져버린다. 근데 갑자기 웬 무역? 도피가 넥타이를 풀어 정리한다. 마르코가 그 쪽에 관심이 많아. 아아 그 흰수염 꼬맹이. 도피가 셔츠를 벗는다. 훅 끼치는 도피의 향에 로우는 이불 안으로 들어가 코를 막는다.




"다음에 데려와, 회사 구경 시켜준다고 해"




도피가 고개를 돌려 로우를 본다. 옷 갈아입는 거 계속 볼거야? 로우는 아예 이불 안으로 들어가버린다. 도피는 작게 웃었다. 저렇게보면 고양이같은데. 욕실문이 닫히는 소리가 들리자 로우가 이불에서 나온다. 이불에서 맡은 향 때문에 기분이 몽롱하다. 침대 밑으로 떨어트린 책을 집어 거실로 나갔다. 책을 소파에 던져두고 부엌으로 가 향이 진한 홍차를 꺼낸다. 차를 우려내자 강한 오렌지향이 난다. 한모금 마시자 그제서야 정신이 든다. 거실로 나와 바깥이 보이는 자리에 앉았다. 정신은 들었지만 여전히 멍하다. 




"나도 차 끓여줘"




로우의 뒤편으로 다가온 도피가 로우의 손에 든 홍차를 가르켰다. 로우가 들고 있던 컵 그대로를 도피에게 준다. 당신 마셔. 도피는 컵을 받아들고 한모금 마신다. 이거 내가 좋아하는거네. 로우가 고개를 끄덕이다 도피를 보고 잔뜩 인상을 쓴다. 제발 옷 그렇게 입지 마, 가슴 훤히 보여서 변태같아. 도피는 셔츠를 살짝 들어보고는 무시하듯 소파에 앉았다. 갑갑해, 너가 저번에 옷 좀 입고 다니라해서 입었잖아. 로우가 머리를 헝클어트린다. 그래, 저번에 아예 벗고 다녔을 때보다는 낫다. 그렇게 생각하며 다시 창 밖을 보았다.




"그러는 너는 그 어깨 다 보이는 옷 입지마. 문신이랑 같이 아슬아슬하게 보여서 야해"


"이런게 야하다고? 변태인가?"




도피가 인상을 쓴다. 어려서 오히려 그런게 더 야한걸 모르나보군. 도피의 혼잣말에 로우가 이를 간다. 도피는 로우의 반응에 작게 웃으면서 차를 마셨다. 향이 진한걸 좋아하지 않는 로우가 도피가 좋아하는 향이 진한 차를 타 놓았다. 마시려고 탄 것도 아닌듯했다. 그 증거로 하나도 손대지 않았으니까. 도피는 조금 심란한 마음이 들었다. 나를 위해 끓인건가. 도피는 뒷머리를 긁적였다.




"아, 도플라밍고"


"어"


"고마워"




뭐가. 도피는 차를 한모금 마시고 리모컨을 들었다. 전에 집안에서 가정교사 반대하는 거 막아줬잖아. 도피가 웃는다. 부부로써 그만큼은 해야지. 로우가 입안에 부부라는 단어를 굴렸다. 정략결혼이면서 부부타령은. 로우는 속으로 그렇게 곱씹으며 혀를 찼다. 도피가 저렇게 이야기해도 전에 모질게 했던 말은 떠나지 않는다. 이렇게 병신이었으면 하지 않았을 결혼. 한숨을 쉬고 몸을 일으켰다. 나 먼저 잔다. 







*


크로커다일은 서류를 어지럽게 흩어진 메모지들을 뒤집어 보았다. 파면 팔수록 더 미궁에 빠지는 정보는 이 일을 하면서 한손에 꼽을 정도로만 봤었다. 그 중에서 이 일은 여태까지의 일 중에서 제일 복잡했다. 무슨 가문의 비밀 하나 파는데 이리 힘든건지. 오래되고 명성이 높아서 그런지 집안의 먼지 하나를 이리 꼼꼼히 숨기고있었다. 역시 늙은것들이 더 하다니까. 혀를 차고 메모들을 정렬한다. 알수없는 혼현. 주변인물에게는 고양이라고 알려져있음. 경종이라는 것이 부끄러워 혼현을 숨긴다는 것이 가문에서 떠도는 이야기. 18살까지 집안에 숨겨서 키움. 고양이인이 아닌 반류와 결혼. 가문에서 거의 버리듯이 키움. 무언가 숨기고 있는 것은 확실함. 집안어른들에게 '들키지 않겠다'고 말함. 절대 위를 점령하려는 마음이 없음. 연애경험이 없음. 늑대인 이복동생이 있음. 반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인지함. 부모는 일찍이 죽음. 스트레스가 극심하면 두통을 유발함, 그 때마다 독한 진통제를 먹음. 자신이 알아본 것과 도피가 알려준 것들이 적혀있는 메모지들을 늘어놓아도 그 수가 많지 않다. 크로커다일은 시가에 불을 붙였다. 


첫번째. 경종이라도 고양이라면 같은 고양이목과 결혼시킨다. 그러므로 고양이에 경종은 거짓말. 두번째. 가문의 피는 이어 받았지만 집안에 들이지 않은 늑대. 이 사실을 봐서는 고양이가 아닌데도 로우를 집안에 들일 이유가 없다. 가주가 죽었어도 후계자문제는 분가에서 해결하면 되니까. 굳이 다른 종인 녀석을 후계자라고 둘 이유가 없다. 다른 종일 확률도 미비함. 세번째. 이 가문에 원인의 피가 섞인 적은 한번도 없다. 그 증거로 반류들만 태어나는 집안. 로우도 반류에 대한 이야기를 듣고 인지한다. 원인으로 태어난 경우의 수도 반례가 많다. 그럼 설마 반류를 인지하는, 고양이인들 사이에서 나온 원인인건가. 크로커다일이 이마를 짚었다. 한번 만나보고싶군. 




손목에 걸린 시계를 보았다. 방금의 통화로 도피가 회사에 있고 몇시간동안 회의에 들어갈 것을 확인했다. 크로커다일은 초인종을 눌렀다. 누른지 얼마되지 않아 사진으로만 보아오던 얼굴이 보인다. 누구세요. 크로커다일이 웃었다. 도플라밍고의 애인인데요. 로우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는다. 잠깐 얘기 좀 하죠. 로우가 집안으로 들어간다. 실례. 로우의 안내를 따라 응접실로 들어간다. 차 드실래요. 아니요 찬물로 주세요. 당신 얼굴에 뿌려야하니까. 뒷말은 삼키고 의자에 앉았다. 찬물을 내온 로우가 맞은편에 앉았다. 




"무슨일로 오신겁니까. 뭐, 제가 댁들의 연애에 방해된다 이런말 하려고 오신건가요?"


"아뇨. 용건만 간단히 하죠. 이혼하세요"




이 결혼은 정략결혼이다. 함부로 깰 수 없을테니 거절하겠지. 크로커다일은 로우의 눈동자를 가만히 바라보았다. 아직은 아무런 동요가 없다. 역시 더 큰 자극이 필요하겠군. 턱을 한번 쓰다듬고 다시 말을 잇는다. 도플라밍고는 홍학입니다, 외래종에 중간종이죠. 당신이랑 어울리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무엇보다 당신 혼현도 숨기고 있다면서요. 그만큼 믿지 않으니 이혼도 쉬울 것 같은데, 아닙니까? 이제 로우는 이를 악 물었다. 그래, 혼현은 가장 예민한 부분이지. 크로커다일이 작게 웃었다. 당신이 간단하게 이혼해라마라할 문제가 아닙니다. 두분 연애에 방해되는 짓은 하지 않을테니 이만 돌아가주세요. 때가 됐군. 크로커다일이 물잔을 잡고 로우의 얼굴에 뿌렸다. 당신 어짜피 돈 때문에 팔려온거잖아, 돈만 어느정도 주면 떨어져주는 거 아니었나? 돈은 얼마든지 줄테니 떨어져. 건드릴 부분은 다 건드렸다. 로우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더니 크로커다일의 멱살을 잡는다.




"함부로 말하지마세요. 당신이 그렇게 말하는 것보다 훨씬 비참한 삶이니 굳이 그렇게 떠벌려주지 않아도 돼요. 이혼? 원한다면 우리 가문에 가서 얘기해보시지요. 당신 소리소문없이 사라질거야. 내가 도망치지 못해서 이렇게 사는 줄 알아? 도망칠 수 없어서 이렇게 사는거야"




분노에 가득찬 눈동자와 마주쳤다. 이상하다, 이만한 분노면 눈동자라도 바뀔법한데 아무것도 변한 것이 없다. 갑자기 로우가 손을 놓더니 응접실 한켠으로 가 그곳의 서랍 연다. 크로커다일은 로우가 손을 놓고 몸을 돌리던 그 순간 그의 눈동자에 무언가가 차올랐음을 느꼈다. 자리에서 일어나 약을 먹으려던 로우의 팔을 잡고 몸을 돌려세웠다. 서랍에 로우를 몰아붙이고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뭔가 있어.




"그건 무슨 약이지? 진통제인가?"


"뭐하는 짓입니까"


"머리가 아프다고?"




크로커다일이 이마를 짚었다. 로우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그 손을 쳐낸다. 크로커다일은 한발짝 물러나더니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래 이제 알겠다. 품에서 손수건을 꺼내 로우의 젖은 얼굴을 닦았다. 소란피워서 미안하군, 사과하지. 난 크로커다일이다. 도플라밍고와는 그저 비지니스 관계지. 내가 개인적으로 운영하는 정보 수집 회사에서 당신의 정보에 대한 의뢰가 들어와서 도플라밍고를 들먹였을뿐. 별다른 관계는 아니야. 로우의 미간이 잔뜩 좁혀진다. 지금 당신 비즈니스 때문에 절 이용한겁니까? 그것보다 누가 제 뒤를 캐는거에요? 크로커다일은 손수건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그건 일급 비밀이라서, 근데 내가 무례하게 군 것도 있으니 오늘 알게된 건 의뢰인에게 얘기하지 않겠어.




"뭘 알게 되었는데요?"


"그건 비밀이야. 나에게 정보는 돈이지. 함부로 알려 줄 수 없어"


"그럼 제가 사죠. 얼마입니까"


"근데 이건 안 팔아"




너무 귀해서 말이야. 크로커다일이 웃고는 걸음을 옮긴다. 그러면 잘지내라고 트라팔가 로우, 참고로 도플라밍고에게 오늘 일은 비밀이야. 말한다면 이 정보 너네 가문에다 팔겠다. 로우는 사라지는 그의 뒷모습을 망연하게 바라보았다.







*


"선생님 피곤해보이시네요이"




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여로모로 꿈이 뒹숭숭하다. 꿈에 도피와 크로커다일이 번갈아가면서 나와 로우를 괴롭혔다. 잠을 제대로 잔 것이 아득한 먼 옛날이었다. 이제 곧 호주에 갈텐데. 로우는 머리를 헝클였다가 마르코가 해온 숙제를 다시 체크한다. 확실히 머리가 좋다. 가르쳐준 건 바로바로 습득해서 흡수한다. 내가 가르칠게 없군. 로우의 말에 마르코가 웃는다. 안그래도 저 사립학교에 들어가기로 했어요이. 로우가 고개를 들어 마르코를 보았다. 그럼 나랑도 안녕이네. 마르코가 고개를 젓는다. 방학 때 제가 선생님 부를거에요이. 로우가 웃었다. 그래라. 한달 좀 넘게 일주일에 세번씩 만났나. 로우는 마르코와 같이 했던 날짜를 세아렸다. 꽤 오래만났군. 로우는 마르코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학교 가서도 열심히 해라. 네.


저택에서 나와 차에 올라탔다. 출발하기 전 로우는 핸드폰을 꺼냈다. 약속시간까지 두시간정도 남았다. 로우는 차를 몰았다. 처음 와보는 도피의 회사에 조금은 긴장이 되었다. 회사 로비에 도플라밍고를 만나러왔다하자 의심의 눈초리를 받는다. 개인적으로만 봐와서 이렇게 높은 지위라고 실감하지 못했다. 누구라고 전해드려요. 트라팔가 로우요. 직원이 고개를 끄덕이고 다시 통화를 한다. 조금 당황하는듯 하더니 이내 전화를 끊는다. 여기 잠깐만 기다리고 있으세요. 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잠시후에 우락부락하게 생긴 사내가 로비로 왔다. 지나가던 직원들이 다들 그 남자에게 깍듯이 인사를 했다. 남자는 로우의 앞에 멈추어섰다.




"처음뵙겠습니다. 회장님의 직속비서 베르고입니다"




내밀어지는 손에 로우가 악수를 한다. 트라팔가 로우입니다. 베르고가 로우를 안내한다. 회장님은 지금 회의중이라서, 곧 오실겁니다. 그 때동안 회장실에서 기다리시지요.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 호화로운 층에 도착한다. 베르고는 회장실이라는 곳에 로우를 안내하고 사라졌다. 로우는 주변을 쭉 훑다가 소파에 앉았다. 남은 시간은 한시간. 약속장소는 이곳에서 멀지 않다. 잠깐 이야기만 나누고 가야겠군. 그 곳에서 기다린지 얼마안되어 도피가 회장실로 들어온다. 




"연락도 없이 왠일이야"




조금 숨이 찬듯한 모습에 로우가 고개를 갸웃거린다. 뛰어왔어? 당연하지! 왜? 부부니까. 그놈의 부부타령. 로우는 혀를 차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냥 얼굴 한번 보려고 온거야. 호주 준비는 잘 하고있나 궁금하기도 했고. 잘하고있어. 그럼 다행이네. 로우는 그렇게 말하며 발걸음을 옮겼다. 보고싶어서 오긴 했다만 막상 계속 도피를 보고있자니 심장이 미친듯이 뛰어서 견딜 수가 없었다. 자꾸 꿈 생각도 나고. 로우. 도피가 로우를 부르며 회장실을 나가려는 그의 팔을 잡는다. 로우가 돌아본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쳤다. 묘한 시선이 서로 얽힌다. 그저 시선을 주고받을뿐인데 분위기가 낯뜨거워진다. 두사람이 동시에 팔을 거둔다.




"..조심히 들어가"


"어"




로우가 도망치듯 회장실을 나간다. 도피는 손을 들어 얼굴을 감쌌다. 화끈거리는 뺨에 알수없는 감정이 일어난다.







*


크로커다일은 약간 얼굴이 붉은 로우를 바라보았다. 뭐하고 온거야? 당신 알 바 아니야. 쏘아대는 모습에 크로커다일이 웃는다. 그래서 뭐가 궁금해서 만나자고 한거야. 로우가 깍지 낀 손에 힘을 준다. 아주 조금이라도 좋으니 그 때 알게 되었던 것을 알려줘. 돈은 얼마든지 지불하겠다. 크로커다일은 머리를 긁었다. 집념이 상당하군. 돈은 필요없어 대신 아주 조금만 가르쳐주지. 로우가 마른 침을 삼켰다.




"네가 느끼는 두통, 그게 모든 문제의 실마리야. 그렇다고 해결책은 아니고"


"뭐?"


"끝. 여기까지"




로우가 허탈하게 숨을 뱉는다. 정말 조금이네. 돈 냈다면 아까울 뻔했어. 크로커다일이 웃었다. 아, 당신은 좀 마음에 드니까 서비스로 재미있는 정보 가르쳐줄께. 자리에서 일어나려던 로우가 다시 앉는다. 크로커다일은 시가를 꺼내 물었다. 불을 붙이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다.




"도플라밍고 녀석의 혼현은 홍학이 아니야. 더 크고 어마어마한거지"


"무슨 얘기야"


"당신이 그 녀석을 받아들일 수 있었으면 좋겠네"




크로커다일이 웃었다.











Posted by DAJ :